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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5조원 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시장전망치를 웃도는 ‘깜짝실적’이다.
반도체사업은 3분기에 이어 이번에도 삼성전자의 ‘실적 효자’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삼성전자에 우호적인 환율 영향까지 더해졌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실적이 바닥을 쳤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됐다. 삼성전자가 4분기를 시작으로 올해 실적회복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비수기인 1분기를 무사히 넘겨야 향후 전망도 밝다. 여전히 의문인 스마트폰사업에서 경쟁력을 되찾아야 한다.
◆ 4분기 영업이익 5조 원 회복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영업이익이 5조2천억 원으로 잠정집계됐다고 8일 발표했다.
이는 2013년 4분기의 8조3100억 원과 비교해 37.42%나 감소한 금액이다.
하지만 직전분기(7~9월) 4조600억 원보다 28.08% 개선된 것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3분기 실적은 2011년 이후 3년 만에 최악의 실적이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뛰어 넘는 깜짝 실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초 영업이익이 4조 원 대 후반에 머물며 5조 원을 넘기기 힘들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27개 국내 증권사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4조8193억 원이다. 잠정 영업이익은 이보다 약 8% 높은 수준이다.
매출은 52조 원이다. 2013년 4분기대비 12.28% 줄었지만 직전분기보다 9.59% 늘면서 다시 분기 매출 50조 원 고지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52조500억 원인 시장전망치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영업이익률은 10.0%를 기록하며 한 분기 만에 두 자릿수 대를 회복했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률은 8.49%에 그쳤다.
삼성전자가 이날 발표한 전망대로라면 지난해 전체 매출은 205조4800억 원, 영업이익은 24조94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3년과 비교해 매출은 10.15%, 영업이익은 32.21% 감소하는 것이다.
◆ 반도체사업, 이번에도 ‘효자’ 노릇했다
삼성전자의 깜짝실적은 무엇보다 반도체사업부가 선전한 덕분이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등 메모리반도체 업황 호조가 이어졌고 시스템반도체 실적이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4분기 반도체부문 영업이익은 직전분기 대비 15%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반도체사업부는 2조5천억~2조9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증권업계는 전망한다.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며 두 분기 연속으로 스마트폰사업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부문의 실적을 뛰어넘을 것이 확실하다.
메모리반도체 주력인 D램은 올해 서버교체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강세가 유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세계 최초로 20나노미터 미세공정을 적용한 4기가비트(Gb) DDR3 D램을 양산하며 세계 D램시장의 최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스마트폰 매출 하락의 영향이 있지만 SSD 판매증가에 힘입어 3분기와 비슷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사업 부진으로 직전분기 4천억 원 이상의 적자를 냈던 시스템LSI 사업부는 가동률 상승과 미세공정 생산증가에 따라 당초 예상보다 적자규모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LSI 사업부는 지난해 4분기 1500억~2천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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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
◆ 환율 효과도 무시 못해
반도체사업이 전체 실적을 이끌었지만 4분기 환율이 삼성전자에 우호적이었던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평균 환율이 3분기 1025원에서 4분기 1085원으로 예상보다 크게 높아졌다”며 “환율상승 덕분에 반도체와 패널사업부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반도체의 경우 판매 대금은 거의 100% 달러화로 결제되는 반면 비용은 원화로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적을 이끈 반도체부문이 달러 강세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이라고 말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평균 환율이 전분기 대비 60원 이상 상승하며 4분기 영업이익에 약 7천억 원의 플러스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TV와 냉장고 등 생활가전사업을 담당하는 소비자가전(CE)부문도 환율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중국 국경절과 북미 최대 쇼핑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 등 성수기 효과로 판매는 크게 늘어난 것”이라며 “다만 주요 신흥국 환율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수익성은 다소 주춤했다”고 분석했다.
CE부문은 지난해 4분기 1700~3천억 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증권가는 전망한다. 직전분기 500억 원보다 최대 6배 늘어나는 실적이다.
삼성전자는 잠정실적에서 각 사업부문별 실적을 따로 공개하지 않는다. 사업부문별 실적은 이달 말 확정실적 발표 때 확인할 수 있다.
◆ 올해도 실적개선 이어질까
삼성전자가 반등에 성공하면서 올해 실적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어렵다고 여겨졌던 5조원 대 영업이익 달성에 성공한 것을 높이 평가하며 실적이 지난해 3분기 바닥을 찍었다는 긍정적 관측도 나온다.
이승우 연구원은 “아직 스마트폰사업 부진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았지만 최소한 심리적으로 삼성전자 실적은 저점을 지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반면 올해 실적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전통적으로 4분기가 전자업계의 계절적 성수기인데 비해 1분기는 비수기이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승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용지출이 적은 휴대전화 부문은 나아지겠지만 반도체는 비수기여서 큰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실적 개선세가 1분기까지 이어질 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결국 삼성전자가 1분기에도 선방해야 올 한해 전체 실적을 낙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사업은 가격 안정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도 최대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첨단 미세공정이 적용된 D램과 3D낸드플래시를 탑재한 SSD가 본격적으로 판매된다. 시스템LSI 사업부도 14나노 핀펫(FinFet) 등 기술 초격차를 앞세워 흑자전환이 유력하다.
관건은 스마트폰사업이다. 스마트폰사업의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하면 또 다시 지난해 3분기 ‘실적충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송명섭 연구원은 “올해 실적 회복의 핵심은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하락 문제를 해결했는지”라며 “다음달부터 출시될 신형 스마트폰이 얼마나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지가 실적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