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일 쌍용차 사장이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 2009년 쌍용차 법정관리 사태 때 회계를 조작해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장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자칫 쌍용차 부활의 움직임이 무너질 수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는 지난 3일 최형탁 전 대표를, 지난 10일 이유일 사장을 각각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2009년 쌍용차가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했을 당시 근거로 내세웠던 회계장부를 조작했거나 조작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조사했다. 이 사장 등은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오는 23일 만료되는 점을 감안해 조만간 사법처리를 결정할 방침을 세워 그 결과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사장 등이 검찰에 소환된 까닭을 살펴보면 2012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차지부는 이 사장 등을 포함한 쌍용차 전 현직 임원과 외부 감사인인 안진회계법인, 삼정KPMG 등을 주식회사 외부감사법과 채무자회생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노조는 “쌍용차가 허위 재무제표 등을 작성해 공시했고 회계법인이 이를 부실 감사해 2,650명에 달하는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가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회사가 정리해고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려고 부채비율을 뻥튀기했다는 말이다.

이와 별개로 2010년 쌍용차 해고노동자 중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 확인소송을 냈다. 1심에서 회사 측이 승리했지만 지난달 법원은 2심에서 원심을 깨고 “해고는 무효”라는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2008년 당기 재무제표를 작성하면서 유형자산 손상차손을 과다 계상했다”고 판단했다. 이 결과에 따라 작년부터 시한부 기소중지 상태였던 회계조작 의혹 사건의 수사가 재개된 것이다.

이 사장은 2009년 쌍용차 법정 관리인이 된 뒤 쌍용차 살리기에 매진해왔다. 이 사장의 노력에 힘입어 쌍용차는 2년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지난해에 내수 6만3,970대, 수출 8만1,679대 등 모두 14만5,649대를 판매해 역대 최고의 판매를 기록했다. 매출도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인 3조4,849억 원을 달성했다.

이런 여세를 몰아 이 사장은 2017년 미국 진출 계획도 발표했다. 이 대표는 “형편은 어렵지만 미국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며 “현대기아차가 발전한 것도 미국 진출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은 자동차 회사는 존재 가치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쌍용차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국민 공모방식으로 회사명 변경도 준비 중이다. 이 사장은 “노사분규로 얼룩진 이미지를 벗기 위해 사명을 변경하기로 했다”며 “외부 컨설팅 업체와 국민공모를 통해 올해까지 새로운 이름을 짓고 다시 태어나겠다”고 말했다.

이런 쌍용차 부활의 배경에 노사협력이 있었다. 지난해 8월 국내 자동차업계가 파업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쌍용차 노사는 4년 연속 노사분규 없이 임금협상을 타결했다. 하지만 이번 부당해고 2심 판결에 대해 사측이 상고장을 제출함에 따라 다시 노사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노사갈등은 생산차질의 원인이 된다.

쌍용차 측은 2심 판결을 놓고 “이번 판결로 인해 노사갈등의 재연은 물론 노노갈등까지 예상됨에 따라 쌍용차의 경영정상화에도 심각한 악영향이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반면 노조 측은 “판결의 문제가 아니라 노사가 대화로 풀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 갈등과 반목으로 치닫지 않도록 사측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곧 해고자 복직을 추진하라는 요구다.

이 사장이 처벌을 받을지도 관심사다. 법원이 부당해고소송의 판결에서 회계조작의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이 사장 등은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사장이 처벌을 받게 되면 미국 진출 등 쌍용차의 부활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쌍용자동차는 2009년 1월 자동차 판매부진과 글로벌 금융위기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같은 해 4월 경영악화를 이유로 2,646명을 정리해고 했다. 이후 현재까지 24명의 해고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질환으로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