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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상기 반올림 대표 |
삼성전자와 직업병 보상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두 달 만에 한 자리에 모여 협상을 다시 시작했다.
이들 3자는 조정위원회 구성을 놓고 입장차이를 보여왔으나 모두가 한걸음씩 물러나 협상이 재개할 수 있게 됐다.
조정위원회는 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회의실에서 삼성전자와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등 3자가 모두 참여하는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 3자는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보상 등 3가지 의제에 대한 각자 해결안을 마련한 뒤 내년 1월 9일까지 조정위에 제출하기로 했다.
1월16일 열릴 2차 조정기일에서는 각각의 해결안에 대한 설명과 질의응답을 진행하기로 했다.
김지형 조정위원장은 "3가지 의제에 대해 각각의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안을 제출하면 이를 조정위에서 검토할 것"이라며 "다음 조정기일에서 구두설명을 듣고 서로 질문하는 청문절차를 갖기로 했다"고 말했다.
회의에 들어가기 전에 백수현 삼성전자 전무는 "오늘 자리는 상견례 성격이 강해 보상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원만한 조정 속 합리적인 결과를 기대한다"며 "삼성전자도 피해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대화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협상의 세 주체가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지난 10월8일 9차 협상 이후 71일 만이다.
가족대책위원회는 9차 협상에 앞서 세차례 실무협의를 통해 김지형 전 대법관을 조정위원장으로 위촉하고 위원장이 위원 두명을 추천해 조정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삼성전자에 제안했다.
삼성전자는 9차 협상에서 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조정위원회가 발족하게 됐다. 그러나 반올림은 교섭에 진전이 있는 상황에서 조정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없다며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김 위원장은 일주일 안에 조정위원을 선임하려 했으나 반올림과 삼성전자·가족대책위 사이의 견해 차이가 커 타협이 쉽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조정위원으로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와 정강자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초빙교수를 뽑았다.
그러자 이번에 삼성전자에서 백도명 교수의 조정위원 선임을 놓고 난색을 표시했다. 백도명 교수가 반올림에 편향된 행보를 보여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최근 백도명 교수를 수용했다.
이 과정에서 조정위원회 구성에 반대하던 반올림도 뜻을 바꿔 협상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3자가 다시 협상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반올림은 “조정위가 공문 등을 통해 독자적 주체가 돼 조정에 참여해 줄 것을 권유했다”며 “조정위원회가 조정절차에 대한 우리의 우려에 대해 상당 부분 공감하고 있어 협상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