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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이륙 전 항공기를 돌려세운 일에 대해 해외언론이 크게 주목하고 있다.
한국 재벌 오너의 특권의식과 족벌경영이 만연한 한국 기업문화를 적나라게 보여주는 단면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일은 대한항공의 이미지 실추는 물론이고 대한항공 주가에도 영향을 끼치고 한 발 더 나가 한진그룹이 추진해 온 경복궁 옆 호텔 건립에도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야후닷컴은 8일 조 부사장 사건 관련 기사를 메인페이지에 올렸다. 야후닷컴은 한 달 방문자 수만 2억 명이 넘는 세계적 포털 사이트다.
야후닷컴은 로이터 기사를 링크했는데 “조 부사장이 땅콩 봉지를 개봉해서 접시에 주지 않아 발생하였다”는 등의 내용으로 사건의 전말을 상세히 다뤘다.
기사에 한국의 권위주의와 족벌주의, 기업문화 등을 비판하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조 부사장의 사과와 부사장직 사임을 요구하는 의견도 많았다.
영국 BBC도 이날 'Nut rage delayed Korean Air plane(땅콩 때문에 일어난 분노로 한국 항공기가 지연됐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영국의 가디언도 관련 보도에서 “(북한의)고려항공이 대한항공보다 나은 이상한 순간”이라고 논평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땅콩 리턴’ 사건이라고 이번 사건을 규정해 보도하면서 미국법을 적용해 처리해야 한다는 네티즌의 주장을 전하기도 했다.
조 부사장 사건을 풍자한 게임도 등장했다. ‘승무원 타이쿤’이라는 게임이 대표적이다.
시작버튼을 누르면 '뉴욕발 한국행 비행기 최고의 승무원이 되어보자.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간식으로 무엇이 좋을까?'라는 메시지가 뜬다. 곧이어 작은 봉지에 마카다미아, 돌, 쇠가 노출되고 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돼 있다.
게임 개발자는 이 게임이 대한항공이나 조현아 부사장과 무관하다는 설명을 붙였으나 조 부사장 사건을 연상시키는 패러디 게임이라는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사건 이틀째인 9일에도 조 부사장에 대한 비판이 여러 곳에서 이어졌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막장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악행”이라고 조 부사장의 행태를 꼬집었다. 심 원내대표는 “조현아 부사장의 행태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전근대적 족벌체제 기업문화의 단면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대한항공은 근본적 개선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9일 국회 국민안전특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 조 부사장 파문이 유가하락과 겨울철 여행시즌으로 겹호재를 맞은 대항항공 주가에도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주목하고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조현아 부사장 사건이 대한항공에 악재로 작용하는 것 아닌지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대한항공이 추진해온 서울 종로구 송현동 7성급 호텔 건립 추진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조양호 회장의 숙원사업으로 알려진 송현동 호텔건립은 조현아 부사장이 사업추진을 주도해 왔다. 가뜩이나 재벌 편들기라는 시선에 가로막혀 정부가 규제 완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이번 사태가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