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이달부터 배당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연기금의 배당주주권 행사를 허락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민연금은 앞으로 기업이 배당을 늘리지 않을 경우 주주제안권 등 다양한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이미 지난달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에 반대해 합병을 무산시키면서 영향력을 보여줬다.
◆ 국민연금, 배당주주권 이달부터 행사 가능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2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이 배당주주권을 행사하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은 대통령에게 재가를 받은 뒤 관보에 게재된 날부터 바로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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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국민연금은 곧바로 배당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민연금이 실질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시기는 주주총회가 열리는 내년 3월일 것으로 보인다. 국내기업이 대부분 12월에 회계를 결산해 다음해 2월부터 배당 실시와 규모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은 최근 5년 동안 평균 배당성향 17.5%를 기록했다. 세계 평균치인 43.0%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에서 주주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 7월 배당확대 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9월 기업배당 확대방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뒤 금융위원회는 연기금이 경영참여 목적으로 기업 배당정책에 영향을 주는 것을 금지하던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입법예고했다.
국민연금은 기업의 배당성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기업 가운데 712기업에 투자했다. 이 가운데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곳은 277기업에 이른다. 기관투자가에 대한 영향력도 강력하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중순 각각 5.91%와 6.59%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합병을 발표하자 반대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결국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계획은 무산됐다.
김재은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의 배당수익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데 기업 사내유보율은 높아 배당을 확대해야 할 당위성이 있다”며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강화하면 배당에 인색하던 기업들의 성향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 국민연금은 배당주주권 어떻게 행사할까
국민연금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되면서 그동안 행사하지 못했던 주주제안권도 쓸 수 있게 됐다. 주주제안권은 주주총회에서 논의될 사안을 주주가 직접 제출할 수 있는 권리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주주제안권까지 행사할 경우 재계는 결코 무시하기 힘들 것”이라며 “배당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는 선에서 서로 타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13일 열린 배당기준 수립방안 정책토론회에서 배당주주권 행사 계획을 밝혔다.
국민연금은 당시 적정한 배당기준을 먼저 만든 뒤 국민연금이 일정한 지분을 보유한 기업 가운데 기준 이하인 곳을 대상으로 배당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배당성향을 높이지 않을 경우 중점감시기업으로 지정하고 주주총회에서 배당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