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중국 4공장 부지를 선정한 뒤 8개월이나 지났지만 아직 공장 착공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경쟁사들은 중국수요 확대에 발맞춰 현지 생산능력 확충을 진행하고 있어 현대차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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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2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중국4공장 착공이 올해 안에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중국 서부지역 공략을 위해 충칭에 연산 30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중국4공장을 지으려 했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 3월 중국 출장에 나서 충칭시와 투자협약을 맺었다. 현대차의 중국 4공장 부지선정에 대한 논의도 투자협약식에서 이뤄졌다.
이를 계기로 중국 4공장 건립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현대차는 8개월의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중국4공장 건설을 위한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한중 정상회담이 지난 6월과 이달 초에 연이어 열렸지만 현대차의 기대와 달리 중국4공장에 대한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 급기야 정몽구 회장은 지난 4월 물러난 ‘중국통’ 설영흥 전 부회장을 최근 다시 불러들여 중국공장 신설과 관련한 업무를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현재 중국 중앙정부와 중국4공장 건립을 놓고 일정부분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중앙정부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징진지(베이징, 톈징, 허베이) 협동발전 계획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현대차에 중국4공장을 충칭이 아닌 허베이성 창저우에 지을 것을 요구했다.
현대차는 중국 중앙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여 창저우에 4공장을, 충칭에 5공장을 각각 15만~20만 대 규모로 동시에 건설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저우 공장과 충칭 공장을 각각 2016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완공한다는 계획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중국정부의 허가라는 큰 산을 넘었지만 합작사인 베이징자동차와 협의과정에서 또 다시 발목이 잡혔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현대차는 기존 베이징자동차의 공장을 리모델링해 창저우 공장을 세우려고 했다. 베이징자동차는 공장부지를 현물출자하고 현대차는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공장 리모델링을 추진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두 회사가 공장부지 평가액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의 기존 중국공장 3곳은 이미 생산능력이 한계에 달했다. 현대차 중국 판매량은 올해 10월까지 143만여 대로 지난해보다 10% 늘었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공장건립이 지연되면 늘어나는 중국수요에 대응하지 못해 시장공략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의 경쟁사인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의 경우 서부시장 공략을 위한 준비가 일사천리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폴크스바겐은 지난 10월 중국 서부 쓰촨성 청두에 연산 15만 대 규모의 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이 공장은 내년부터 본격 가동된다.
폴크스바겐과 선두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GM은 이달부터 연산 40만 대 규모의 충칭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푸조-시트로엥도 지난 10월부터 연산 35만 대 규모의 청두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