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근무환경 개선에 적극 나선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강조되고 있는 '삶의 질' 향상 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것인데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게임업계의 열악한 근무환경 해결에 모범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 엔씨소프트, 근무환경 개선에 박차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2일 “1월 안으로 유연근무제가 시범적으로 운영된다”며 “정확한 시작 일정이 조만간 결정되고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유연근무제 도입, 문재인 '삶의 질'에 발맞춰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유연근무제는 1주 40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출퇴근 시간을 직원이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는 제도다.

엔씨소프트는 현재 근무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정해놓았는데 유연근무제가 도입되면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30분 단위로 개인이 출근 시간을 선택해 하루 9시간(점심시간 포함)을 근무하면 된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12월 직원들을 대상으로 ‘근무문화 개선 방향 설명회’를 열고 유연근무제 도입의 필요성과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유연근무제 적용을 논의할 직원 대표도 선출했다.

‘탄력근무제’ 도입도 준비하고 있다.

탄력근무제는 근무시간을 하루가 아니라 월간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제도다. 특정 기간에 근로시간이 많으면 나머지 기간에 근무시간을 줄여 법정 근로시간에 맞출 수 있다.

특히 탄력근무제는 현재 게임업계는 물론 다른 업종에서도 도입한 곳이 극히 드물어 진보적 근무형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이번 근무제도 개선안을 놓고 문재인 대통령의 ‘삶의 질 개선 정책’과 같은 방향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차 사용을 공약하는 등 근무환경 개선 운동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국민 삶의 질 개선이 국정의 최우선 목표”라고 거듭 강조했다.

◆탄력근무제, 크런치모드 대안 될까

업계 관계자들은 탄력근무제가 최근 게임업계 고질적 악습으로 평가받고 있는 ‘크런치모드’의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유연근무제 도입, 문재인 '삶의 질'에 발맞춰

▲ 엔씨소프트가 올해 출시하는 신작 PC온라인게임 '프로젝트TL'. 


크런치모드란 게임 출시나 업데이트를 앞두고 일정을 맞추기 위해 개발자들이 게임회사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일하는 행태를 말한다.

회사 측은 ‘크런치모드는 게임업계 특성상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항변하지만 크런치모드는 장시간 근무와 과로를 유발해 게임업계에서 종종 일어나는 과로사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포괄임금제를 택하고 있는 게임사도 많아 크런치모드와 관련해 ‘근로착취’ 논란이 불거지기도 한다.

탄력근무제가 퍼지면 크런치모드를 놓고 불거지고 있는 사회적 갈등의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탄력근무제가 도입되면 특정 기간에 크런치모드로 일을 하더라도 일이 끝나면 사실상 휴가가 바로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야근수당 등 회사와 직원들 간 불거질 수 있는 ‘초과임금’ 갈등도 해결할 수 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엔씨소프트는 올해 ‘프로젝트TL(더 리니지)’, ‘아이온 템페스트’, ‘리니지2M’, ‘블레이드앤소울2’ 등의 대형 신작게임을 내놓을 예정”이라며 “엔씨소프트가 빠듯한 일정에도 신작 게임출시와 근로환경 개선에 모두 성공한다면 중소게임사로도 근무환경 개선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