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또 '자살골'을 먹었다. 주택임대차 시장을 정상화하겠다고 내놓은 정책을 일주일 만에 뜯어고쳤다.
가뜩이나 민감한 세금과 관련된 문제라 반발이 나온다면 6월 선거를 앞두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사정은 이해가 된다. 그렇다해도 현 부총리는 무엇인가에 쫓겨 설익은 정책을 내놓고 이를 금방 수정하는 일을 되풀이 하고 있다. 이런 오락가락 정책이 결국은 박근혜 정부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보완조치'를 확정했다.
보완책은 2주택 보유자로 주택임대소득이 연 2천만 원 이하인 집주인에게는 2016년부터 분리과세를 적용하고 필요경비율을 45%에서 60%로 높여 세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분리과세는 단일세율 14%를 적용한다.
2주택 보유자의 전세임대소득도 2천만 원 이하라면 분리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다른 소득이 없다면 전세보증금 10억 원을 전후해 12만 원 정도의 세금을 부담하면 된다. 또 영세 임대자의 과거분 소득과 향후 2년분에 대해서는 납세여부를 따지지 않고 사실상 묵인하기로 했다.
또 낮은 종합소득세율을 적용받던 임대소득자가 손해를 보지 않도록 종합소득 과세방식과 비교한 뒤 그 중 낮은 금액으로 과세하기로 했다. 2주택 보유자의 전세 임대소득(간주임대료)에 대해서는 월세 임대소득자와 형평을 고려해 2016년부터 과세하기로 했다. 현재는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서만 과세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를 2주택 보유자에도 적용해 주기로 했다.
현 부총리는 "임대소득 세원관리로 과세정상화가 기대됐으나 소규모 임대사업자의 세부담 증가에 따른 임대시장의 불안이 나타나고 있다"며 "과세 정상화 측면에서 올바른 방향이라 하더라도 시장이 불안해한다면 시장을 안심시킬 수 있도록 정책의 타이밍과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보완책을 놓고 정부가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과세대상 주택은 전세보증금 10억원 이상 주택일 것으로 추산됐다. 다른 수입이 없다면 세액은 12만 원, 다른 소득이 연 5천만 원이라면 68만 원 가량 세금부담이 발생한다.
정부는 오는 6월 임시국회에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제출한다.
이번 보완책은 지난달 26일 나온 ‘서민 및 중산층 주거안정을 위한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내놓은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뜯어고친 것이다. 처음 안을 발표할 때 현 부총리는 발표자인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을 대신해 마이크를 잡고 “서민과 중산층의 근심걱정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그 자신감은 불과 일주일 만에 끝이 나고 말았다.
애초 안은 월세 임차인 세액공제를 도입하면서 소득이 노출되는 소규모 월세 임대소득자에 대한 세금 경감 방안으로 2주택 이하로 주택임대소득이 2000만 원 이하인 집주인에게 14%의 단일세율로 과세하기로 했다. 그러자 “임대사업자가 세금폭탄을 맞게 됐다” “세금폭탄을 맞느니 차라리 임대하던 집을 팔거나 전세로 돌리겠다”는 격앙된 반응들이 나와 전월세시장에 혼란을 낳았다.
또 세입자들이 지난 4년간 낸 월세를 소급해 공제신청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그동안 제대로 월세를 신고하지 않은 사업자에게 ‘세무조사의 공포를 불렀다. 때문에 집주인들이 동시에 월세 임대사업에서 철수해 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면 월세 사는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고 임대소득자에 대한 정상과세의 틀을 갖추려던 정부의 애초 구상은 크게 어긋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보완책에 대해 시장 불안이 커 불가피한 조처라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정부가 6월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해 조세저항에 굴복한 것이라고 박한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분명한 점은 시장의 반발에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자는 모양을 보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중요한 정책을 충분한 검토없이 급조해 내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자초했다.
현 총리에게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 세법 개정 당시 근로소득세제를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하면서 세부담 증가 기준을 ‘연소득 3450만 원 중산층’으로 발표했다가 반발이 거세게 일자 박근혜 대통령의 ‘원점 재검토’ 지시에 따라 3일 만에 수정안을 내놓았다. 세 부담 증가 기준을 5500만 원으로 올리는 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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