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로드맵에서 국내 원전은 축소하지만 원전수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치권 등에서 국내와 해외 원전 투트랙 전략과 관련한 갑론을박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원전수출로 탈원전정책의 돌파구를 찾을지 주목된다.
▲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하면서 원전수출을 하겠다고 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은 산 넘어 산”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탈원전하는 나라의 기술을 받아서 원전을 지을 나라가 어디 있겠느냐”며 “공론화위원회가 그렇게 좋다면 탈원전 여부도 공론조사를 통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원전산업과 관련해 국내와 해외 투트랙 전략을 펼치는 정부에 동조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탈원전은 원전수출과 별개”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 표명 이후 영국, 체코, 사우디 등 주요 원전 도입국들이 한전과 한수원 등에 지속적으로 사업참여 요청을 하고 있다”며 “원전수출 때문에 국내 원전사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력공사와 산업통상자원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각각 6월과 8월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 요청으로 원전수출 논의를 진행했다.
체코의 경우 원전특사단이 10~14일 한국을 찾아 원전수출을 논의한 데 이어 원자력안전위원회 부위원장이 16~20일 국내 원전시설을 시찰했고 사우디의 경우 한국을 주요 원전공급국으로 선정한 뒤 9월 원전사업과 관련한 초청서한을 우리 정부에 보냈다.
정부는 24일 발표한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에서 국내 탈원전 계획을 확정하는 동시에 원전수출에 더욱 힘을 실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탈원전 로드맵에서 ‘원전산업 보완대책’ 가운데 하나로 ‘원전수출’을 명시하고 “원전수출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사우디, 체코, 영국 등과 정상회담, 장관급 양자회담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원전수출전략협의회’를 열 때만 해도 영국의 경우 국장급, 체코의 경우 실장급, 사우디의 경우 장관이 원전수출을 논의할 계획을 밝혔지만 2주 지나 발표한 이번 로드맵에서는 회담 범위를 대통령까지 확대했다.
그동안 원전수출을 지원하겠다고 하면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말뿐이라는 지적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은 24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국수력원자력 국감에서 “정부는 원전수출을 지원하겠다고 하면서도 한국을 방문한 체코 특사를 장관이 안 만나고 실장이 만났다”며 정부의 원전수출 의지에 의문을 보였다.
그는 “백운규 장관은 경주에서 열린 원전사업자협회 총회도 불참했고 10월 말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는 ‘세계원자력 장관회의’에도 불참한다”며 “이것은 원전수출을 안 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원전수출은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대규모 사업인 만큼 기술력, 수익성만큼이나 정부의 의지가 중요한 사업으로 평가된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에 원전을 수출하며 국내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원전수출에 성공한 이명박 정부는 당시 이 전 대통령이 적극 나서 직접 원전수출을 챙겼다.
이 전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 이후 터키에 원전을 수출하기 위해 수차례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등 힘을 실었으나 터키 원전수출은 결국 무산돼 원전업계에서는 “대통령이 발벗고 나서도 될까 말까한 게 원전수출”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원전수출에 힘을 실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23일 국감에서 “한국전력이 영국 원전수출과 관련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더라도 위험성을 판단하는 과정 등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부는 현재 한국전력과 한수원 등을 중심으로 영국, 체코,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원전을 수출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