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신한사태’를 매듭짓기 위해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냉랭한 기류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이 신 전 사장에게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모두 허용했지만 신 전 사장은 여전히 불편한 감정을 내보였다.
▲ (왼쪽부터)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
신 전 사장은 18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스톡옵션은 신한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받은 것인데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을) 준다며 보도자료까지 내는 것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이것으로 신한사태가 다 정리됐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신 전 사장은 ‘신한사태’와 관련해 법적공방이 벌어진 것과 관련해 신한금융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월 ‘신한사태’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 줄곧 ‘진정성 어린 사과’를 원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신 전 사장은 7월 ‘이희건 신한금융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도 기자들과 만나 “(신한금융이) 나한테 잘못했다 잘했다를 떠나 고객들, 주주들한테 과거 일이 잘못했다는 그런 사죄의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신한금융의 결정에는 ‘신한사태’를 완전히 마무리하겠다는 조 회장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사태가 일어난 지 7년이 지났지만 올해 초에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신한은행장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중립인사’인 조 회장과 ‘라응찬 라인’ 위성호 신한은행장의 구도로 비춰지며 곤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조 회장은 신 전 사장과 불편한 관계를 모두 털어내 다시 ‘신한사태’가 입에 오르내릴 여지를 없애려 한 것으로 보인다.
KB금융과 선두 금융그룹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내부갈등으로 비춰질 여지를 없애고 오로지 영업에 집중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 전 사장이 거듭 사과를 요구하면서 조 회장 입장에서도 난감해졌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등 신한사태와 관련된 인사들이 이미 회사를 떠난 지 오래인 데다 ‘신한사태’의 잘잘못을 다시금 꺼내 조 회장이 선뜻 사과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 전 사장이 우리은행 사외이사로 금융권에 복귀한 데 이어 차기 은행연합회장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점도 조 회장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11월30일에 임기를 마친다.
신 전 사장은 대법원에 ‘신한사태’와 관련해 사실상 무죄판결을 받은 데 이어 은행연합회장에 올라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연합회장은 은행권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과 동시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추천권 등을 갖고 있어 금융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자리다.
신 전 사장이 은행연합회장에 오를 경우 조 회장 입장에서는 껄끄러워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 회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한금융차원에서 신 전 사장이 수긍할 만한 조치를 취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 신한금융과 신 전 사장의 불편한 관계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