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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병 농협중앙회장 |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이 택배사업에 진출할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최 회장은 농협이 택배사업을 벌일 경우 3년 후 흑자전환을 자신했다. 농협이 택배사업에 뛰어들면 CJ대한통운이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택배시장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2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 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농협이 토일요일 없이 상시로 하는 택배사업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농협이 택배사업 진출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상욱 농협중앙회 농업경제대표는 “농협이 택배사업에 진출하는 것이 농가이익 증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며 “재무분석을 했을 때 3년 정도 하면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우체국이 주5일 근무에 따라 주말배송을 중단해 신선농산물의 유지, 판매가 필요해졌다”며 “마침 정부도 적극 찬성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택배사업 진출은 농협의 숙원이었다. 농협은 7년 전부터 택배사업 진출을 시도했으나 민간 택배사들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그러다 우체국 택배가 지난 7월 주말배송을 중단하면서 농협의 택배사업 진출은 힘을 얻었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농협은 그동안 1천억 원 규모를 투입해 중소택배업체를 인수해 기존 택배 단가보다 싼값에 농수산물을 취급하는 방안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 신선도 유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농축산물 배송 특성상 택배사업에 직접 뛰어들어 농민과 소비자의 불편을 줄여주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농협이 기존 택배료보다 싼 가격을 내세워 택배시장에 진출하면 4조 원 대에 이르는 택배시장을 놓고 경쟁은 더욱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택배시장은 CJ대한통운 등 대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데다 중소택배업체들도 난립해 경쟁이 치열하다. 여기에 롯데그룹도 택배사업 진출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의 택배업은 우체국택배처럼 국토부의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현행법상 흰색 번호판을 단 자가용 화물차는 유상운송을 할수 없도록 돼 있으나 농협은 농협법을 적용받아 흰색 번호판을 달고도 택배운송을 할 수 있다.
농협은 또 전국에 하나로마트 등 기존 인프라를 택배 영업소와 취급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민간 택배사들은 우체국에 이어 농협까지 택배시장에 뛰어들 경우 과열경쟁으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다.
민간 택배사들은 우체국이 2000년 초 택배에 뛰어들어 경쟁이 심화되면서 택배 단가가 5천 원에서 2500 원으로 하락했다고 주장한다.
민간 택배사의 한 관계자는 “지금도 대리점이나 영업소 등의 수익이 떨어져 배송기사들이 생계가 어려워지면서 취업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농협까지 가세해 경쟁이 심해지면 택배 단가저하로 이어져 택배시장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들은 농축산물 물량이 택배 전체물량의 10%에 불과해 공익 목적을 내세우는 농협의 명분이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고 반박하다. 또 우체국 주말 휴무에 따른 물량도 민간 택배사들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이재 새누리당 의원은 국감에서 “시장포화에 따른 출혈경쟁으로 택배단가가 오랫동안 2천 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농협은 택배시장 진출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