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함께 징역형을 살게 됐다. 대법원 상고심에서 원심이 그대로 확정됐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총수의 유죄 확정 소식에 충격에 휩싸이며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재계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2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최 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에게 징역 3년6월,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각각 선고한 원심도 확정됐다.
◆ 최태원 징역 4년, 동생 최재원 징역 3년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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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과 동생 재원 수석부회장 |
SK그룹 회사 자금 수백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최 회장 형제가 대법원에서 모두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것이다. 최 회장 형제는 2008년 10-11월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에게 450억 원을 보내는 과정에서 펀드를 이용해 SK 계열사 자금 465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 회장은 지난해 1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아 법정에서 구속됐으며, 2심에서도 같은 형을 받았다. 동생 최 수석부회장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2심에서 공모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6월의 실형을 선고 받아 역시 법정에서 구속됐다.
SK그룹은 재계 3위의 기업집단이다. 그룹 총수가 실형을 살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재계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재계 관계자는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경제 살리기에 적극 나서자는 메시지도 있었는데 이와 다른 기류의 판결을 나와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1심 법정에서 구속된 이후 13개월 동안 수감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법정을 거쳐간 주요 대기업 회장 가운데 유일한 구속생활이다. 수감기간도 역대 재벌 총수 가운데 가장 길다. 범죄 액수만 수십조 원에 달했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도 실제 복역 기간은 4개월에 불과했다.
게다가 구속상태인 최 회장의 동생 최 수석부회장도 이번 상고심에서 징역 3년6월이 확정됐다. 최근 대기업 사건 가운데 가족 모두가 수감 생활을 하는 사례는 없다. 이에 따라 최 회장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이 확정된 데 대한 동정론도 없지 않다.
◆ SK그룹 전체가 침울한 분위기
SK그룹은 최 회장에 대한 상고심 선고 공판을 전후해 그룹 전체가 침울한 분위기 속에 온종일 술렁거렸다. 그룹은 선고 공판 직후 “참담하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경영공백의 장기화로 회장 형제가 진두 지휘해온 신규 및 글로벌 사업 분야의 경영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공식 반응을 내놓았다.
SK그룹 경영진은 조만간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위기 대응책을 논의한다. SK그룹은 6개 위원회 중심으로 그룹을 경영하는 ‘따로 또 같이 3.0’ 체제를 더욱 강화해 경영 공백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시켜 나가기로 방침을 정했다.
최 회장의 최종판단이 필요했던 투자 계획은 여전히 보류된 채 새로운 조정이 필요한 실정이다. 또 해외시장 유지와 신규 시장 진출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SK그룹은 지난해 STX에너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가 9월 항소심 선고 이후 인수전 불참을 선언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주요 경영 사항을 보고하고 있지만 서류 몇장으로 수조 원대의 투자를 결정할 수 없다”며 “글로벌 경쟁력은 정보력과 투자 타이밍에서 나오는데 이를 당분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고 답답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