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은 사진 SNS 인스타그램에 왜 열광할까  
▲ 케빈 시스트롬 인스타그램 CEO

인스타그램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전통강자인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위상을 흔들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2010년 세상에 모습을 보였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보다 출발이 한참 늦었다. 그러나 인스타그램은 자신만의 강점을 내세워 다른 SNS들로부터 사용자들을 뺏어오고 있다.

케빈 시스트롬 CEO는 2010년 인스타그램을 창업하면서 즉석이라는 뜻의 ‘인스턴트’(instant)와 전보를 보낸다는 뜻의 ‘텔레그램’(telegram)을 합성해 이름을 지었다.

시스트롬 CEO는 인스타그램이 후발주자로 나서는 상황에서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는 페이스북의 최대 약점인 모바일 플랫폼을 강화했다. 특히 그 스스로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사진에 집중했다.

이렇게 해서 사진공유 어플리케이션인 인스타그램이 탄생했다. 인스타그램은 창업 17개월 만인 2012년 4월 페이스북에 10억 달러에 인수됐다.

◆ 페이스북보다 훨씬 사적인 SNS

미국 투자은행 파이퍼재프리의 최근 조사결과를 보면 10대들이 페이스북 대신 인스타그램에 몰려들고 있다.

파이퍼재프리는 지난 8월25일부터 9월30일까지 13~19세 미국 청소년 72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인스타그램을 이용한다”고 응답한 10대가 76%에 이르렀다.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는 10대 비율은 올해 초 이뤄진 같은 조사에서보다 더욱 늘었다. 올해 초 조사에서 인스타그램을 이용한다고 응답한 10대는 69%였다.

반면 같은 기간에 페이스북을 이용한다고 밝힌 10대는 72%에서 45%로 크게 줄었다. 10대들이 부모들이 많이 사용하는 페이스북을 떠나고 있는 것으로 파이퍼재프리는 봤다.

10대들의 페이스북 이탈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페이스북이 2012년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이유 가운데 하나도 부모를 피해 떠나간 10대를 잡기 위한 것이었다.

페이스북을 떠나는 것은 비단 10대뿐이 아니다. 지인 중심의 친목성향이 강한 페이스북보다 자유롭고 사적인 SNS를 찾아 인스타그램으로 갈아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에서 오프라인의 인맥이 아닌 관심사가 같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한다.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강력한 친구 추천과 지인 태그 기능을 통해 인맥을 넓힌다면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은 해시태그 기능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과 친구를 맺는다.

◆ 새로운 인맥을 만드는 해시태그의 마법

해시태그는 우물 정(#) 뒤에 특정단어를 붙여 쓰는 것을 말한다. SNS 사용자가 사진이나 글에 해시태그를 덧붙이면 그 콘텐츠와 동일한 해시태그를 사용한 다른 콘텐츠가 함께 검색된다.

해시태그의 진원지는 트위터였다. 인스타그램뿐 아니라 거의 모든 SNS에서 해시태그를 이용하고 있지만 현재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이 해시태그를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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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빈 시스트롬 인스타그램 CEO의 인스타그램 '셀피'(selfie)
지난해 옥스퍼드대학교, 타임 등이 선정한 올해의 단어인 ‘Selfie’(셀피, 한국어로 셀카)는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이 즐겨 쓰는 해시태그다.

현재까지 해시태그 ‘#Selfie’를 단 인스타그램 콘텐츠 수는 1억8천 개인데 인스타그램 가입자가 2억 명인 점을 감안하면 인스타그램 가입자 중 열에 아홉은 이 해시태그를 쓴 셈이 된다.

인스타그램에서 자주 사용되는 해시태그 중 ‘#photooftheday’(오늘의사진), ‘#fashion’(패션) ‘#food’(음식) ‘#music’(음악) 등도 있다.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은 이런 해시태그 검색을 통해 똑같은 관심사를 지닌 다른 사용자들과 소통한다.

◆ “트위터 정치 이야기에 질렸다”

인스타그램의 또다른 인기비결은 인스타그램의 핵심기능이기도 한 필터(보정)기능이다.

인스타그램 어플리케이션은 20가지의 다양한 필터기능을 자체적으로 탑재하고 있어 사용자가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감각적으로 편집해 준다.

인스타그램은 시각적 부분을 강조한 대신 문자기능을 최소화했다.

사용자는 오로지 사진이나 동영상 등 시각 콘텐츠를 다른 사용자들과 공유할 수 있는데 댓글 기능을 통해 올린 사진이나 영상에 대한 설명을 덧붙일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해시태그를 사용하는 사용자가 대부분이다.

인스타그램의 필터기능은 사용자로 하여금 창작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일반 사용자뿐 아니라 전문 사진가들도 인스타그램을 작품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전문 스포츠 사진작가인 브래드 맨진은 아이폰으로만 찍은 사진집을 출간한 데 이어 인스타그램에 다양한 아이폰 활용 사진을 게재해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의 전문 사진작가인 한창민도 2012년부터 아이폰으로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들로 사진전을 열었다.

사진이 중심이 된다는 점에서 인스타그램은 글이 중심이 되는 트위터와 상반되는 성격을 지녔다. 트위터에서 인스타그램으로 갈아타는 사람들은 트위터에서 쏟아지는 글, 특히 정치 관련 글에 거부감을 느꼈다고 토로한다.

선거철이면 정치인들은 트위터를 홍보수단으로 적극 이용한다. 어떤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와 관련해 트위터 사용자들은 생각을 글로 표현하길 꺼리지 않는다.

트위터가 선거개입 및 정치관여 논란에 휩싸인 것도 이러한 사용자들의 성향과 무관치 않다.

반면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은 사회적 현안보다 일상의 공유와 소통을 더 중시한다. 그러다 보니 사용자의 관심현안을 나타내는 해시태그 순위도 거의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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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시태그 '#food'로 검색했을 때 노출되는 인스타그램 사진들.

◆ 마케팅 도구로 떠오른 인스타그램의 사생활 침해 논란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은 관심사를 통해 새로운 인맥을 형성하고 그들과 사진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다른 SNS에 비해 사적이며, 자유롭고, 자발적 성향이 강하다.

이런 장점에 힘입어 인스타그램 사용자가 늘면서 기업들은 최근 인스타그램을 마케팅 도구로 적극 활용하기 시작한다. 이 때문에 인스타그램의 사생활 침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주간지 타임은 최근 SNS에 공유된 사용자 사진을 수집하고 분석해 기업 마케팅에 활용하는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SNS에 게재된 사진 속 상표 로고를 찾아내고 사진 속 상황이 어떤지를 파악하는 디토랩스의 소프트웨어가 한 예라고 타임은 지적한다. 이 소프트웨어는 사진 속 인물이 입고 있는 옷이나 손에 들고 있는 제품 상표를 판별해 내며 심지어 인물의 표정까지 분석해 낸다.

인스타그램뿐 아니라 핀터레스트, 플리커 등 사진 중심 SNS가 이 소프웨어의 분석대상이 된다.

지금까지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유된 사진은 모두 200억 개 가량인데 매일 6천만 개가 새롭게 올라온다.

현재 SNS에 게재된 사진을 대량으로 분석하는 데 대해 법적으로 금지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이러한 마케팅기법이 활성화 될 경우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의 사생활 침해가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