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앓던 이’인 포르투갈 법인을 정리하는데 성공했다.
삼성전기 포르투갈 생산법인은 2000년 직원의 횡령사건이 터진 이후 가동이 중단된 상태였는데 법적 절차를 14년째 마무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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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치준 삼성전기 사장 |
14일 삼성전기 등에 따르면 삼성전기가 최근 포르투갈 현지 생산법인의 파산절차를 완료했다.
삼성전기의 한 관계자는 “현지 법원으로부터 등기 말소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안다”며 “이제 서류상에서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포르투갈 법인이 설립된 것은 1990년이었다. 삼성전기는 포르투갈 정부와 손잡고 모두 3천만 달러를 들여 국내 부품회사 중 처음으로 유럽지역에 현지공장을 가동했다. 삼성전기는 이곳에서 TV 및 VCR 핵심부품을 양산하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2000년 11월 현지법인 재무담당 직원의 횡령사건이 터지면서 파산절차를 밟게 됐다. 그 직원은 회삿돈 1천억 원을 횡령해 선물환거래를 했는데 이 과정에서 회사에 66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700억 원을 넘는 손실을 입혔다.
삼성전기는 2001년부터 포르투갈 현지 생산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그뒤 현지 법원에 파산신청을 냈는데 삼성전기로부터 돈을 받아야 했던 현지 은행과 채권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정 다툼이 이어졌다.
포르투갈 은행인 방코 커머셜 포르투게스는 2001년 말 삼성전기를 상대로 포르투갈 법인에 대한 114억 원의 지급보증을 이행하라는 청구소송을 서울지방법원에 냈다. 삼성전기는 7개 현지 은행들에 대한 채무 3800만 달러를 6년 동안 분할상환하겠다고 제안했지만 거부당했다.
삼성전기는 2012년 무렵 채권자들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지법원의 결정이 차일피일 뒤로 미뤄지면서 파산절차를 완료하지 못했다. 포르투갈 법인은 이미 현지인력이 모두 철수한지 오래돼 사업보고서 등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였다.
포르투갈 법인이 정리되면서 삼성전기의 해외 생산법인은 이제 중국과 필리핀, 태국 등 아시아지역에만 남게 됐다. 삼성전기는 이곳에서 카메라모듈과 반도체기판 등 주로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부품을 생산해 삼성전자에 납품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