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CEO가 증강현실시장의 주도권 다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글로벌 IT회사들의 격전이 예고된다.
7일 IT업계에 따르면 팀 쿡은 최근 내놓은 증강현실 소프트웨어 개발도구 ‘AR키트’를 통해 애플 고유의 증강현실 앱(애플리케이션)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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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쿡 애플 CEO. |
AR키트 이용자는 아이폰·아이패드·맥북 등에 탑재된 카메라를 활용해 신규 운영체제 iOS11에서 돌아가는 증강현실 게임이나 동영상 앱을 손쉽게 만들고 즐길 수 있다.
예컨대 AR키트로 만든 앱을 다운로드받은 이용자가 아이폰 화면을 통해 가상의 만화나 게임 캐릭터가 실제 방 안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행동을 조작하는 것 등이 가능하다.
미국 IT매체 더버지는 “iOS11이 가을에 정식으로 시장에 나올 경우 소비자와 개발자 양쪽이 모두 AR키트로 만들어진 증강현실 앱을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애플이 증강현실 콘텐츠를 즐기는 데 필요한 스마트안경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도 확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눈의 움직임을 추적해 물체를 인식하고 이용자의 흥미를 이끌어내거나 상품을 사는 데 쓰일 수 있는 증강현실용 스마트안경을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팀 쿡은 6월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나는 개인적으로 증강현실에 열의가 많다”며 “애플은 세계 최대 규모의 증강현실 플랫폼사업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강현실은 현재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신기술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디지캐피탈에 따르면 증강현실 매출규모는 2020년 기준으로 1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애플은 비교적 후발주자지만 아이폰을 통해 구축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증강현실을 적용해 페이스북·구글 등과 주도권 다툼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와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등 글로벌 IT기업의 최고경영인들도 증강현실시장에서 애플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저커버그는 팀 쿡 못잖게 증강현실사업을 확대하는 데 열의를 보이고 있다. 그는 4월 페이스북의 연례 개발자회의 ‘F8’에서 “증강현실은 우리의 모든 기술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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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
페이스북은 증강현실 콘텐츠개발자를 위한 ‘AR스토어’를 준비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자체적인 카메라 앱에 증강현실 기능을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개발자플랫폼 베타버전도 공개했다.
피차이는 증강현실 소프트웨어 ‘구글탱고’를 앞세워 교육과 쇼핑에 증강현실을 접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만 에이수스와 손잡고 증강현실 기능을 강화한 스마트폰도 내놓았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IT기업들이 벌이는 증강현실시장의 주도권 경쟁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가상현실(VR)에 주로 투자해 왔지만 홍성훈 부사장이 지난해 말 “증강현실은 삼성전자의 발전에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고 밝히면서 이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사들은 통신기술 기반의 가상현실 콘텐츠를 확보하는 일환으로 증강현실에도 관심을 함께 보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