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판매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올해 판매량이 뒷걸음할 수도 있다.
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올해 미국에서 판매전략을 변경하면서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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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
현대차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에서 매년 판매량을 늘려왔다. 판매증가율은 2010년과 2011년에 20%를 웃돌았고 지난해도 1.7%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미국에서 역성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미국판매량은 34만63556대로 지난해보다 7.4% 줄었다.
하반기가 자동차업계에서 성수기로 꼽히기 때문에 현대차도 하반기 미국에서 판매를 끌어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올해부터 판매전략을 변경하면서 판매에서 양보다 질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법인, 렌터카회사 등에 대량으로 차량을 판매하는 플릿판매에 크게 의존했고 월말이면 판매목표를 맞추기 위해 딜러점에 밀어내기식 판매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현대차의 미국판매량 가운데 26%인 20만3826대가 플릿판매량이었다. 플릿판매량 증가율이 15%에 이르면서 사실상 플릿판매가 현대차의 미국판매의 성장을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딜러점에 재고가 쌓이면서 지난해 현대차의 판매량과 등록대수 격차는 2%로 업계 평균인 0.66%를 크게 웃돌았다.
업계 관계자는 “플릿판매량이 많으면 브랜드 이미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현대차 미국 딜러점들은 생산량과 판매량을 줄이더라도 플릿판매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플릿판매와 함께 과도하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면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는 지적도 받았다.
현대차는 6월 미국에서 차량 1대 당 인센티브로 평균 3259달러를 썼다. 지난해 6월과 비교해 42%나 오른 것인데 업계 평균 증가율인 9.7% 크게 웃돌았다.
현대차 미국판매량은 인센티브 증감에 민감하게 변화하는 데다 현대차 주요판매 차종이 노후화한 탓에 현대차는 한동안 높은 수준의 인센티브를 지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 미국에서 쏘나타 뉴라이즈에 이어 코나를 출시하고 내년 싼타페 완전변경 모델을 출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어 인센티브를 줄여나갈 수도 있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판매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품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SUV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현지생산비중은 세단이 SUV를 웃돈다.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공장에서 쏘나타,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 싼타페를 생산하고 있는데 지난해 생산한 쏘나타와 엘란트라는 17만5천 대, 싼타페는 3만6천 대였다. 기아차 미국 조지아공장에서 위탁생산한 싼타페 물량은 10만 대 정도였다.
미국 소비자들의 SUV 선호현상이 뚜렷한데도 현대차가 세단 현지생산량을 줄이지 않아 재고가 쌓이고 인센티브를 늘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따라 현대차가 향후 미국에서 세단과 SUV 생산비중을 조절할 수도 있다.
현대차 북미법인이 현지판매에 집중하기 위해서 주요 임원의 공백을 가급적 빨리 메워야 한다.
데이브 주코브스키 전 법인장이 지난해 연말에 갑작스럽게 물러난 뒤 제리 플래너리 수석 부사장이 법인장 대행을 맡고 있다. 데릭 하타미 전 판매담당 총괄부사장도 얼마전 폴크스바겐으로 자리를 옮겼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