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결정되기 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면담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5명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홍 전 본부장은 “최치훈이나 김신 등 삼성물산 CEO를 만나면 합병비율이나 중간배당 등의 문제에 관해 저희가 만족할 만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며 “최고 의사 결정권자의 의견을 듣는 게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싶어 그런 의견을 최치훈 사장에게 전달했고 (이 부회장과) 면담일정이 잡혔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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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홍 전 본부장은 2015년 7월7일 이 부회장 등 삼성그룹 관계자들을 만났다.
홍 전 본부장은 “(면담 때) 이 부회장 등에게 삼성 측에서 제시한 합병 비율(제일모직 1: 삼성물산 0.35)이 삼성물산 주주 입장에서 불공정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중간배당 문제나 합병이 부결될 경우 삼성의 대응 방안도 문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부회장이 ‘현실적으로 (비율 조정이) 어려우며 플랜 B는 없고 이번에 꼭 성사시켜야 한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여 더 강하게 합병 비율 조정을 요구하거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합병에 반대하겠다는 얘기는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홍 전 본부장은 자신이 나서서 국민연금의 찬성 의견을 유도했다는 혐의는 부인했다.
박영수 특검이 “이 부회장 등을 만난 뒤 다음 날 이경직 국민연금 해외증권실장을 부른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홍 전 본부장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맞다”고 대답했다.
특검은 “이 실장이 진술에서 당시 홍 전 본부장이 불러 사무실에 갔더니 ‘이 부회장을 만났는데 겸손하고 재벌 아들 같지 않더라. 삼성 합병 안건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데 강압적인 분위기는 아니었으나 분명히 삼성물산 합병 찬성 결정을 하라는 톤으로 느꼈다고 진술했는데 맞나”라고 물었다.
이에 홍 전 본부장은 “찬성 쪽으로 가는 게 맞는다고 말한 사실은 없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참 어렵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답변했다.
홍 전 본부장은 국민연금 투자위원회 위원들에게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도록 요구하고 관련 분석자료를 조작하는 등 국민연금공단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