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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지난 6월23일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는 외환위기가 지난 후 13년 동안 진행된 해묵은 과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6월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신 위원장은 지난해 3월 취임하자마자 ‘제대로 된 우리금융 민영화’를 금융위 중점과제로 선정했다. 우리금융에 투자한 공적자금 12조7663억 원을 최대한 많이 회수하는 방식으로 매각해 이전의 실패를 만회하겠다는 것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2004년부터 6년 동안 예금보험공사가 지닌 우리금융 지분 가운데 43.03%를 총 4차례 블록세일(대량매매)해 5조7590억 원을 회수했다. 블록세일은 주식을 팔 때 가격과 물량을 미리 정한 뒤 특정상대에게 일정지분을 묶어 한꺼번에 매각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공적자금을 제대로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인 우리금융 민영화는 모두 실패로 끝났다. 경영권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금융사들이 ‘메가뱅크’에 대한 비판을 비롯해 우리금융 지분 일괄인수에 대한 부담을 짊어지는 데 대해 난색을 표시해왔기 때문이다.
신 금융위원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3단계 분할매각’을 제시했다. 공자위는 지난해 6월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추진방안’을 발표하면서 총 3단계로 이루어진 분리매각 방법을 제시했다.
1단계는 지방은행인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의 인적분할이다. 2단계는 우리투자증권 등 증권계열 자회사 6개를 먼저 파는 것이다. 마지막 3단계가 우리은행 매각이다.
◆ 성공적으로 끝난 우리금융 지방은행 매각
지방은행 매각은 비교적 순조롭게 이뤄졌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은 외환위기로 경영이 어려워지자 2001년 3월 우리금융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후 13년 동안 재무구조 개선에 들어가 지난해 기준으로 경남은행은 약 37조 원, 광주은행은 21조 원까지 총자산을 불리며 매력적인 매물로 탈바꿈했다.
공자위는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매각공고를 지난해 9월에 낸 뒤 그해 12월31일 각각 우선협상대상자로 BS금융과 JB금융을 선정했다.
최대 걸림돌은 우리금융이 두 은행의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 6500억 원이었다. 그러나 지난 4월 이를 면제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인수작업이 빠르게 진행됐다.
금융위가 이달 1일 BS금융과 JB금융의 주식매매계약을 최종승인하면서 우리금융의 지방은행 매각작업이 끝났다.
경남은행의 경우 BS금융과 IBK기업은행의 경쟁에 DGB금융지주가 참여한 경은사랑컨소시엄까지 합류하면서 치열한 인수전이 펼쳐졌다.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BS금융은 지난 6월30일 매각주체인 예금보험공사와 1조2269억 원에 경남은행 지분 56.97%를 넘겨받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성세환 BS금융 회장은 “경남은행 편입으로 BS금융지주는 총 7개의 자회사를 밑에 둔 명실상부한 금융지주사가 됐다”며 “BS금융지주 54조 원에 경남은행 37조 원을 더해 총자산 91조 원 규모의 메가뱅크로 도약한다”고 말했다.
광주은행 입찰은 JB금융, BS금융, 신한금융이 참여한 3파전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광주은행보다 총자산 규모가 적은 JB금융(17조 원)이 최종 인수자로 결정되면서 파란이 일었다. JB금융은 지난 6월13일 5003억 원에 광주은행 지분 56.97%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김한 JB금융 회장은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은 영업망이 겹치지 않아 구조조정을 하지 않아도 시너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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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록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6월12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인수에 따른 NH농협금융의 경영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
◆ 우투증권 공적자금 최대 회수 훼손 논란
2단계인 우리금융 증권계열사 매각명단에 오른 기업은 우리투자증권을 비롯해 우리아비바생명, 우리저축은행, 우리자산운용, 우리F&I, 우리파이낸셜 등 모두 6곳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4월 6개 계열사의 경영권을 모두 다른 기업에 넘기면서 증권계열사 민영화작업을 마무리했다.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아비바생명 및 우리저축은행은 NH농협금융에 패키지로 매각됐다. 우리파이낸셜은 KB금융이 인수했으며 우리자산운용과 우리F&I는 각각 키움증권과 대신증권으로 넘어갔다.
우리투자증권은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지난해 매출 3조1536억 원에 영업이익 224억 원을 낸 알짜기업이다. 총자산 규모만 3조4670억 원에 이르러 시장에 매물로 나왔을 때부터 NH농협금융은 물론 KB금융과 국내 사모펀드 파인스트리트 등이 탐냈고 결국 NH농협금융이 인수에 성공했다.
NH농협지주는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통합법인을 오는 12월31일 출범한다. 통합법인은 총자산 규모 4조3492억 원으로 현재 1위인 KDB대우증권(3조9063억 원)을 뛰어넘어 증권업계 선두기업에 오른다. 국내 영업지점도 133개로 늘어나 전국에서 가장 폭넓은 영업망을 갖추게 된다.
임종룡 NH농협금융 회장은 지난 3월 “우리투자증권은 증권업계 1위로 1등 문화를 갖추고 인재들이 모인 조직”이라며 “이런 문화를 반드시 NH농협금융에 접목하겠다”고 밝혔다.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NH농협금융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 우리투자증권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임 회장은 패키지로 사들였던 우리아비바생명을 지난달 DGB금융에 재매각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우리투자증권 인수 당시 “우리아비바생명 재매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던 약속을 어겼기 때문이다.
임 회장이 우리아비바생명을 팔면서 금융위의 공적자금 최대회수 원칙이 훼손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NH농헙금융은 지난해 12월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될 당시 우리투자증권 단독 인수가격을 9500억 원으로 제시했고 패키지 매각으로 1조1500억 원을 제안했다. 당시 경쟁을 벌였던 KB금융은 단독 인수가격을 1조1500억 원으로 냈으며 패키지 매각은 다른 2개 계열사의 가치를 마이너스로 봐 1조 원만 써냈다.
금융위는 당시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매각을 고려해 NH농협금융에 우리투자증권 경영권을 넘겼다. 인수가격도 1조500억 원으로 낮췄다. 그러나 NH농협금융은 우리아비바생명을 재매각하면서 우리투자증권만 9500억 원에 산 것과 같은 결과를 얻었다.
이런 논란이 일자 임 회장은 “이번 재매각은 매매차익을 내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는 “인수과정에 버금가는 고심을 한 끝에 내린 판단”이라며 “DGB금융이라면 우리아비바생명 직원과 회사에게 보다 큰 기회를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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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석동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선진 한반도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
◆ 우리은행 매각 잔혹사
우리금융 민영화는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10년 10월 처음으로 추진됐다. 연이어 2011년과 2012년에도 계속 매각공고가 났으나 매번 실패했다. 관심을 보이는 기업은 많았으나 입찰 유효경쟁이 번번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공자위는 2010년 7월 우리금융 민영화를 의결하면서 공식 매각작업을 시작했다. 당시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지방은행과 우리금융을 분리해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은행과 지주사 간 시너지효과가 낮아 분리매각을 해야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초반에 많은 금융회사들이 우리금융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2010년 11월 입찰참가의향서를 접수한 결과 총 11개가 신청을 했을 정도다.
그러나 유력한 인수후보였던 우리금융 독자민영화 컨소시엄이 막상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민영화작업이 중단됐다. 우리금융 지분 절반인 28.5% 이상을 사겠다는 투자자가 2명 이상 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다른 투자자들은 경영권 인수 대신 재무적 투자에 필요한 소수지분 인수만을 신청했다.
1년 뒤인 2011년 5월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우리금융 2차 민영화를 추진했다.
이번에 우리금융을 자회사와 통틀어 매각하고 최저입찰 규모도 1차 때의 ‘4% 지분인수 또는 합병’에서 ‘30% 이상 지분인수 또는 합병’으로 변경했다. 1차 민영화 당시 재무적 투자만 하려는 소수지분 입찰자가 많아 유효경쟁이 성립하지 않았던 것을 고려했다.
그러나 2차 민영화 작업은 초반부터 정권개입 논란에 휩싸였다. 이명박 정부의 ‘실세’로 알려진 강만수 KDB금융 회장이 우리금융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결국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KDB금융을 민영화 과정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혀야 했다.
금융지주사가 다른 금융지주사를 인수할 때 최소 지분 95%를 보유해야 한다는 금융지주사법도 문제가 됐다. 금융위는 법 개정을 통해 최소 지분율을 50%로 낮추자고 국회에 건의했다. 그러나 국회는 금융지주사 인수를 통한 ‘메가뱅크’ 탄생에 부정적 의견을 보이면서 없던 일이 됐다.
금융위는 금융지주사가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금융 매각을 강행했다. 당시 국내 사모펀드인 티스톤파트너스와 보고펀드 등이 경영권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2011년 8월 시행된 우리금융 예비입찰에 MBK파트너스만 인수의향서를 냈다.
결국 우리금융 2차 민영화는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실패로 돌아갔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임기 말인 2012년 4월 우리금융 3차 민영화를 추진했다. 이명박 정권이 끝나갈 때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우리금융 민영화는 현 정권에서 끝내지 않으면 한동안 미뤄질 수밖에 없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금융위는 2차 민영화의 실패요인으로 꼽힌 금융지주사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우리금융이 다른 회사에 합병되는 방식을 결정했다. 당시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던 KB금융을 인수후보로 염두에 둔 선택이기도 했다.
어윤대 당시 KB금융 회장도 “우리금융 매각계획이 나오고 기존 KB금융 주주이익이 극대화된다면 고려하겠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2012년 초 외환은행 인수전에서 하나금융에 패배한 뒤 ‘리딩뱅크’의 위상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KB금융은 당시 우리금융을 합병해 자산 규모 800조 원대의 초대형은행이 되는 방안을 추진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KB금융은 2012년 7월25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우리금융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이번에도 ‘메가뱅크’에 대한 비판이 우리금융 민영화의 발목을 잡았다. 금융노조는 당시 12년 만에 총파업을 열면서 우리금융 매각을 격렬하게 반대했다.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현 대통령도 확고한 반대를 표명했다. 결국 KB금융의 불참으로 우리은행 3차 민영화도 성공하지 못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2월 물러나면서 “금융위원장 시절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우리금융 민영화 실패”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금융을 정부가 소유한 지 10년이 넘었다”며 “빨리 주인을 찾아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지형을 바꿔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