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29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은행권 제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은행연합회> |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 현재의 포지티브 규제방식과 전업주의를 벗어나도록 해달라고 문재인 정부에 건의했다.
하 회장은 29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은행권 제언’ 간담회를 열어 문재인 정부에게 은행권의 요청사항을 전달했다.
은행권이 제안한 내용을 살펴보면 크게 △금융산업의 프레임 전환 △국민의 재산증식 지원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금융인프라 구축 △금융산업 현안 해소 등이다.
하 회장은 “금융회사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금융소비자를 위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금융산업의 근본적인 전환이 절실하다”며 “현재 포지티브 규제방식에서 네거티브로, 전업주의에서 겸업주의로 과감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은산분리 원칙을 적용하는 기준도 업종이 아니라 금융회사의 실제 업무내용과 규모 등을 기준으로 합리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자산관리서비스 등과 관련된 규제완화도 요청했다.
하 회장은 “저금리∙고령화 시대에 국민의 재산증식을 위한 금융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자산관리서비스의 강화가 필요하다”며 “불합리한 규제나 제도의 미비로 소비자의 선택권과 편익을 저해하고 있는 신탁업, 개인연금제도, 방카슈랑스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4차산업혁명에 걸맞은 법과 제도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 회장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새로운 금융업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과감한 법률과 제도의 정비가 필수적”이라며 “4차산업혁명의 근간인 빅데이터 등의 활용을 위한 개인정보 공유의 유연성을 높이고 각광받는 블록체인 등 금융신기술에 법적∙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계부채 문제 등 금융산업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하 회장은 “가계부채 문제의 근본적 해법은 주거문제의 해결에 있는 만큼 공공주택 및 임대주택을 늘리고 무주택자의 주거비용에 세재혜택을 확대해야한다”며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지표를 합리적으로 마련하고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목적과 규모에 따라 차등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 회장은 “연공서열에 따라 자동적으로 임금이 상승하는 은행권의 경직된 임금체계를 개편해 노력과 성과에 상응하는 정당한 보상을 받는 합리적 인사·보상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다음은 하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은행연합회는 성과연봉제 도입 및 확대를 추진해왔지만 문재인 정부는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인데 입장에 변화가 있는지.
“성과연봉제는 임금체계 유연성확보를 위한 한 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은행권의 임금체계 유연성 확보는 계속 추진해야 하는데 유연성 확보의 몇 가지 방안이 호봉제폐지와 직무급제, 성과측정에 의한 합리적인 성과배분이다. 한꺼번에 가는지 단계별로 가는지는 숙제로 남아있다.
앞으로 노사간의 협의를 통해서 달성해야 하는 과제라고 생각한다. 호봉제가 폐지되야 한다는 사회적인 공감대는 확보가 돼 있다고 생각한다. 지속적으로 유연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 지난해 성과연봉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은행들이 사용자협의회를 대부분 탈퇴했다. 재건할 계획은 없는지.
“사용자협의회 구성원을 보면 다양한 규모 및 성격의 회사들이다. 이 때문에 동일한 기준을 만들기 어려워 결국 대부분의 사용자가 협의회에서 탈퇴했다.
금융노조가 사용자 협의회를 복원하자고 요청해 은행연합회 이사회에서 논의했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 했다. 다양한 구성원을 어떻게 할지 숙제다.“
-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새 정부의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은행권의 대응은?
“은행권의 전체적인 의견을 나누지 못했다. 개별적으로 검토하는 은행과 아닌 은행이 있다.
일자리 창출은 결국 일자리를 어떻게 나누느냐의 문제다. 이를 위해서는 임금의 유연성을 제외하고 생각할 수 없다. 임금 유연성을 높이면 피라미드형 구조 및 신입직원 축소 문제 등이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
은행들이 스타트업 지원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보증의 한도를 정하고 그에 발맞춰 은행권이 지원을 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 한국씨티은행처럼 은행권이 대대적인 점포 통폐합을 추진하는 분위기다. 직원과 소비자들의 불만 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은행업무가 디지털화되는 것은 전체적인 추세지만 점포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은행별로 전략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각 은행별로 다를 수 있고 달리 가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맞느냐 틀리느냐는 지나봐야 결론이 날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다른 시중은행이 따라갈 것인지는 별개 사안이다.“
- 은행들이 ‘이자장사’에만 집중한다는 비판이 있다.
“해외 대형 은행을 보면 전체 수익에서 이자수익 비중이 60% 정도지만 국내 은행은 90%이기 때문에 비판을 받고 경쟁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해외 은행은 우리나라와 달리 유니버설 뱅킹으로 은행뿐 아니라 증권이나 자산운용, 보험 등을 모두 합한 형태다.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규제를 풀어주면 선진국과 비슷한 수익구조로 바뀌고 대형화돼 국제적 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다.“
- 규제완화를 요청하고 있지만 지난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투자일임업과 관련해 규제를 풀어준 부문에서 성과가 좋지 않았는데.
“지금처럼 제한적인 분야만 규제를 풀어주면 충분한 인력을 투자하기 어렵다. 제대로 하려면 투자 일임 분야 전반적으로 풀어줘야 투자도 하고 효과도 낼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