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이 꾀주머니를 열었다. 정부의 단속 대상에서 한발 빗겨서 있는 구형 휴대전화로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휴대전화 보조금을 둘러싸고 연일 시장 조사를 벌이자 허점을 파고드는 작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 사장은 2월 들어 삼성전자의 갤럭시S3 3G폰(SHW-M440S) 1만5000대를 주문했다. 또 3월 분량으로 같은 기종을 2만5000만대 선주문했다. 갤럭시S3 3G폰은 신규 모델이 아니라 출시한지 2년에 조금 못미치는 구형 기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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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
이동통신 업계는 구형 휴대전화를 수만대씩 주문한 것에 대해 일단 의아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또 즉각 정부의 규제 허점을 노리고 구형 기종을 대량 주문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구형 휴대전화 단말기의 재고 소진 등을 이유로 출시한 지 20개월이 지난 기종은 시장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3 3G 모델은 2012년 6월 출시돼 지난 1월 출시한 지 20개월이 지났다. 이에 따라 2월 들어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장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구형 모델에 속하지만 시장 반응은 또 다르다. 출시 20개월이 지난 모델 가운데 최신폰에 해당돼 3G 이용자들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경쟁업체 관계자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 취지를 왜곡해 시장 점유율 올리기에 이용하고 있다”며 “올해 2분기에 더많은 물량을 주문하기로 결정하고 제조업체와 협의를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이에 대해 “3G 단말기의 상당수가 단종되다시피해 특정 기종에 주문 물량이 쏠렸을 뿐”이라며 “3G 가입자의 다수가 갤럭시S3 3G 모델을 선택할 만큼 인기가 있는데다 입학 및 졸업 시즌을 맞아 수요가 늘어나 주문을 늘렸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실제 우리나라 이동통신 가입자 가운데 3G를 사용하는 수효는 여전히 1000만명에 이르는 실정이다. 3G 가입자의 경우 데이터가 무제한 제공되는 등의 사용상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3G 가입의 수요가 꾸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출시 20개월 이상이면 정부의 규제가 미치지 않는다는 맹점을 노려 보조금을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은 충분한 셈이다.
하 사장의 새로운 전략에 따라 촉발된 구형 휴대전화 보조금 전쟁은 언제라도 확대될 소지를 안고 있다. 인기 기종인 갤럭시노트2가 이에 해당하는 품목이다. 갤럭시노트2는 오는 4월이면 출시된 지 20개월이 지난다. 또한번 구형 기종을 중심으로 보조금 전쟁이 일어날 개연성이 충분한 것이다.
갤럭시노트2는 대화면 휴대전화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출시 이후 100만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는 인기 기종이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 업계의 보조금 전쟁이 벌어질 경우 반향이 걷잡을 수 없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하 사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삼성전자 갤럭시노트2의 추가 제작 주문을 협의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