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금융개혁 등 기존의 금융정책에도 대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에서 강력하게 추진했던 성과연봉제 등 금융개혁 과제들은 원점에서 재검토되고 도입되지 않았던 가계부채총량관리제가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를 포함한 금융기관 조직개편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 인터넷은행법과 성과연봉제 등 원점 재검토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새 정부에 세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인가계획 관련 업무보고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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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 |
금융위원회는 6월에 카카오뱅크가 영업을 시작하고 관련 법률개정 등 제도적 정비가 끝나면 시장상황을 살펴 인터넷전문은행 추가인가를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대기업의 은행 사금고화를 막기 위해 은산분리 원칙을 강조하고 있어 금융위원회의 뜻대로 추진될 수 있을 지는 불확실하다.
은행법상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10%(의결권 4%) 이상 가질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KT, 카카오 등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주도하고도 최대주주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은산분리 원칙이 완화되지 않은 채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추진할 경우 자본확충 문제와 시너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참여할 산업자본은 거의 없을 것으로 점쳐진다.
물론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은산분리 완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은 만큼 문 대통령의 선택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박근혜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한 금융개혁의 상징이었던 성과연봉제도 원점에서 재검토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금융노조의 거센 반발에도 성과연봉제 도입과 확대를 강행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후보 때부터 성과연봉제 도입안을 폐기한 뒤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시중은행들은 내년부터 성과연봉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사실상 성과연봉제 도입은 중단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 가계부채 총량관리제 도입으로 가계부채 잡을까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3대 근본대책과 7대 해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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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고객이 은행창구에서 개인대출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뉴시스> |
7대 해법은 가계부채 총량 관리, 빚 내지 않고 살 수 있는 사회 구축, 고금리 이자부담 완화, 소액∙장기연체 채무에 대한 과감한 정리, 소멸시효가 완성되거나 임박한 죽은 채권 관리 강화,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금융소비자보호 전담기구 설치, 비소구 주택담보대출 확대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가계부채 총량관리제다. 가계부채의 상한선을 정해놓고 그 이상으로 빚이 늘지 않도록 관리하는 방식이다.
법이나 규정을 통해 가계대출의 총량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시장논리에 맞지 않는 데다 금융회사의 경영활동에 지나친 개입이라는 점 때문에 기존 정부에서는 선뜻 선택하지 못했던 방안이었다.
구체적으로 문 대통령의 공약을 살펴보면 가계부채 증가율을 소득증가율보다 낮게 유지하고 가처분소득 대비 150% 이내로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비소구 주택담보대출 확대도 관심 대상이다.
비소구 주택담보대출은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집값이 대출금보다 낮아져도 채무자는 집만 넘기면 그 이상의 책임을지지 갚지 않아도 된다. 떨어진 집값 만큼의 손실분은 금융회사가 떠안는다.
금융회사들은 손실을 떠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주택담보대출 여신심사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 금융 관련 정부부처 조직개편 가능성
금융소비자보호 전담기구인 ‘금융소비자보호원(가칭)’ 설립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정부부처의 조직개편과 맞물려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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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
공약에서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공약 싱크탱크 가운데 하나인 ‘민주당 더미래연구소’가 내놓은 방안과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 등을 살펴보면 대략적인 뼈대는 가늠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해체된 뒤 금융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 등 정부부처로 넘기고 금융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원으로 이관한다.
그 뒤 기획재정부는 예산과 재정을 담당하는 ‘기획예산처’와 국내외 금융정책을 맡는 ‘재정경제부’로 각각 나뉘고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 부문을 떼내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만든다.
다만 정부부처 조직개편의 경우 인수위 없이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이른 시일 안에 큰 폭으로 이뤄지기는 어려운 만큼 현 체제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만 우선 설립할 가능성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