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에 보관하고 있던 현금으로 정유라씨와 손자를 돌봐달라고 최순실씨가 조카인 장시호씨에게 부탁한 정황이 공개됐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의 뇌물수수죄 4차 공판에서 박영수 특검이 “최씨가 증인에게 ‘삼성동 2층 방에 돈이 있어. 유연(정유라)이와 손자(정유라 아들)는 그 돈으로 키워’라고 말한 것 기억하느냐”고 묻자 장씨는 “네”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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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시호 씨가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최순실 뇌물사건 4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최씨의 이런 발언은 2016년 11월 장씨가 긴급체포된 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최씨를 대질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특검에 따르면 최씨는 장씨를 갑자기 안고 귓속말을 했으나 장씨가 알아듣지 못하자 담당검사의 주의를 돌린 뒤 그 틈을 타 A4용지에 ‘삼성동 2층 방. OO(정유라 아들 이름), 유치원’ 이라는 글씨를 보여줬다.
그래도 장씨가 이해하지 못하자 최씨가 물을 달라고 해 검사를 따돌린 뒤 장씨에게 귓속말로 박 대통령 사저의 숨겨둔 돈을 언급하며 딸과 손자를 부탁했다.
특검이 “최씨의 말을 듣고 박 전 대통령 사저에 거액의 현금이 있다고 생각했느냐”고 묻자 장씨는 “네”라고 대답하면서도 “누구 돈인지 거기까지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최씨가 구속상태인 장씨에게 삼성동 현금으로 딸 정유라씨 등을 키워달라고 한 이유를 두고 장씨는 “당시 검사가 저는 다 자백해서 금방 나갈 수 있다고 얘기해 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씨는 스포츠 영재센터에 관해서도 최씨에게 책임이 있다고 증언했다.
특검이 “검사실에서 최씨를 만나자 담당검사가 있는 자리에서 최씨 앞에 무릎 꿇고 살려달라고 말했냐”고 묻자 장씨는 “제가 무슨 잘못 때문에 검찰에 왔는지 그때는 몰라서 그렇게 말했다”고 대답했다.
장씨는 “영재센터에 관한 것은 이모가 알고 있었고 그날 이모가 ‘네가 무슨 죄가 있니. 내가 한 거 심부름한 것인데’라고 말하면서 ‘검사님 유진(장시호)이는 언제 나갈 수 있나요. 제가 진술하겠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