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채무재조정과 추가 지원에 따른 재무구조의 개선 덕에 신규수주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른 시일 안에 신규수주의 성과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 정 사장이 안게 될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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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
2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이르면 5월 초에 대우조선해양에 2조9천억 원의 자금을 지원한다.
대우조선해양은 20일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에 채무재조정안을 인가해줄 것을 요청했다.
법원은 대우조선해양의 채무재조정안 승인 절차에 문제가 없었는지 판단한 뒤 1~2주 안에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힌 만큼 법원이 채무재조정안을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
대우조선해양은 내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1조3500억 원의 회사채 가운데 절반을 주식으로 전환하고 나머지 절반은 3년 동안 상환을 유예하게 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시중은행의 출자전환 몫까지 고려하면 대우조선해양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2184.7%에서 상당부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계는 대우조선해양이 재무구조를 대폭 개선한 데 힘입어 신규수주에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본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완전자본잠식에 빠지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해 신규수주에서 계속 배제되는 설움을 겪었다. 글로벌 발주처들은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이 나아질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을 후보명단에서 제외했다.
정성립 사장이 직접 해외출장에 올라 대우조선해양 경영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해외 선주사들을 안심하도록 하는 데 주력했으나 수주는 역부족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상황을 역이용하는 사례도 있었다. 앙골라 국영석유기업 소난골은 대우조선해양이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2월에 드릴십 가격을 1척 당 1억 달러씩 깎아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이 충분한 재무구조를 갖췄기 때문에 앞으로 해외 발주처들과 협상을 진행할 때 억울한 처지에 몰릴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정 사장도 최근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재조정안을 모두 승인받자 “지금까지 쌓아온 기술력과 노하우를 활용해 원가경쟁력을 높여 신규수주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정 사장은 현재 5월1~4일에 미국 휴스턴에서 열리는 ‘해양기술박람회2017’에 참석해 해양산업 동향 등을 살펴볼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달 넘게 해외출장에 오르지 못했던 일정을 감안해 다시 유럽 등에 영업활동을 하러 나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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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2월7일(현지시간) 미국 휴스턴에서 롭 브링겔슨 엑셀러레이트 사장과 건조의향서를 교환하고 있다. |
대우조선해양은 조만간에 미국 등에서 수주성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정 사장은 2월에 직접 미국 휴스턴을 방문해 롭 브링겔슨 엑설러레이트에너지 사장을 만나 최대 7척에 이르는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설비(LNG-FSRU)의 건조의향서를 체결했다.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을 정상화시키겠다고 강조한 만큼 발주처가 이를 믿고 본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직 선박발주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든 것은 아닌 만큼 신규수주를 낙관적으로 바라보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최근 글로벌 조선·해운 분석기관들이 발주시장의 회복세가 둔화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구조가 아무리 개선됐다고 하더라도 업황반등이 전제되지 않으면 수주가뭄을 한동안 계속 겪을 공산도 크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