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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3차 청문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변화와 관련해 질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싸가지있는 친노는 다 떠났다. 문재인 대세론은 없다.” “문재인 지지층의 댓글부대는 십알단과 유사하다.” “문재인의 '강물론'은 오물까지 쓸어 잡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표현수위만 놓고 보면 자유한국당이나 국민의당 등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반대하는 쪽에서 내놓았을 법한 발언으로 들린다.
모두 안희정 충남지사의 의원멘토단장을 맡고 있는 박영선 의원이 경쟁자인 문재인 전 대표 쪽을 향해 한 말이다.
박 의원은 문 전 대표와 무슨 척이 졌길래 험한 말을 쏟아냈을까.
‘싸가지’ 발언은 박 의원이 15일 광주시의회 기자회견에서 나온 말이다. 그는 “문 후보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다 떠났지만 안 후보를 떠난 사람은 찾기 힘들다”며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관계자도 싸가지있는 친노는 다 안희정한테 가 있다는 말을 하는데 뒤집어 보면 무슨 뜻인지 알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 곁에 남아 있는 친노는 ‘싸가지없는 친노’뿐이라는 얘기다.
박 의원의 발언은 당 원내대표까지 지낸 스타정치인이 내놓은 말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품격에서 함량미달이다.
박 의원의 발언은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적지 않은 국민들을 도매급으로 매도해 버렸다는 점에서 지나쳐 보인다.
박 의원의 말에 따르면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문재인 캠프에 합류한 인사들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졸지에 ‘오물’과 ‘잡탕’이 돼 버렸다. 문 전 대표와 가까운 사람들은 이유도, 원인도 모른 채 ‘싸까지없는’ 사람이 돼 버렸다.
정치판에서 지지율 1위 후보를 따라잡기 위해 공격하는 일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박 의원의 발언에는 최소한의 신사도를 찾아보기 어렵다.
문 전 대표와 박 의원은 과거 돈독한 사이였다.
문 전 대표는 2003년 참여정부 출범 직전 노무현 대통령에게 청와대 초대 대변인으로 당시 MBC기자였던 박 의원을 추천했을 정도로 신뢰가 두터웠다. 문 전 대표는 이후 박 의원을 만나 “개인적으로 박 의원의 팬”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박 의원 역시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캠프 대선 기획위원, 상임본부장 등 요직을 맡으며 문 전 대표를 헌신적으로 도왔다.
두 사람의 관계가 냉랭해지기 시작한 것은 대선 이후인데 일각에서 관계가 틀어진 원인 중 하나로 ‘이상돈 영입파동’이 꼽히기도 한다.
박 의원이 민주당 원내대표 시절인 2014년 9월 이상돈 비대위원장 카드를 추진했는데 친노 인사 중 일부가 “박근혜를 도운 적장을 비대위원장에 앉힌다니 말이 되느냐”고 공격하면서 이후 앙금이 생겼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박 의원의 최근 모습이 무척 낯설다는 것이다.
정치판에서 상대를 공격해서 ‘포인트’를 올릴 수도 있지만 역으로 점수를 까먹는 경우가 사실 더 많은데 박 의원이 그런 경우가 아닐까 싶다.
안희정 지사는 얼마전 문 후보 캠프와 네거티브 공방 과정에서 “요즘 ‘애 버렸다’는 말까지 듣고 있다”며 문 후보 캠프쪽에 억울함과 섭섭함을 토로했는데 박 의원은 안 지사가 왜 이런 말까지 했는지 한번쯤 곱씹어 봤으면 한다.
미움은 미움을, 증오는 또다른 증오를 부를 수밖에 없다는 말도 되새겼으면 좋겠다. 진흙탕에서 뒹굴수록 자신의 옷도 함께 더러워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