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미르와 K스포츠에 포스코의 기금출연은 청와대의 압력을 느껴 불이익을 받을 것을 염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비선실세의 포레카 강탈시도에 연루됐다는 의혹은 전면적으로 부인했다.
권 회장이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판사)의 심리로 열린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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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 |
권 회장은 청와대의 압력을 느껴 미르와 K스포츠에 출연했지만 이사회 등 절차를 거쳤다는 점을 강조했다. 포스코는 미르와 K스포츠에 각각 30억 원, 19억 원을 냈다.
그는 “포스코가 미르와 K스포츠에 출연한 이유는 대통령의 관심사업이었기 때문”이라며 “당시 순손실을 기록해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불이익이 염려돼 재단 출연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출연과정에서 그룹이 정한 사회공헌기금 지정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는데 사실이냐고 묻자 권 회장은 “전혀 검토되지 않았다고 하기는 힘들다”고 대답했다.
그는 “최종 결정은 이사회에서 이뤄지는데 전경련에서 연락온 시점과 이사회 결의 사이에 10일 정도 시간이 있었다”며 “그 중간에 검토를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회장은 비선실세의 포레카 강탈시도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가 안 전 수석에게 ‘모스코스가 포레카를 인수할 수 있게 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진술했는데 권 회장도 같은 취지의 연락을 받았냐는 검찰의 질문에 권 회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대답했다.
검찰은 안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김 전 포레카 대표와 권 회장에게 전화해 ‘모스코스가 포레카를 인수할 수 있게 협조해달라’고 요청했고 김 대표와 권 회장이 협조한 것으로 봤다. 모스코스는 최 씨가 실소유한 회사로 알려졌다.
권 회장은 2016년 2월22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했을 때 박 전 대통령이 배드민턴팀 창단 이야기를 꺼냈다고 밝혔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미르와 K스포츠를 언급하면서 여자 배드민턴팀 창단의 필요성을 언급했다”면서도 “포스코를 지정해서 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이후 안 전 수석에게 조성민 더블루K 대표의 연락처를 받았고 황은연 포스코인재창조원장에게 조 대표와 사업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더블루K는 처음 들어본 곳이라서 왜 이런 기업 얘기가 나오는지 의아하게 생각했다”며 “이 회사가 어떤 곳인지 몰라도 박 전 대통령이 관심 있는 곳이라고 여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황은연 사장에게 조 대표를 만나서 사업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포스코가 더블루K에게 배드민턴팀 창단을 거절하자 안 전 수석이 권 회장에게 더블루K가 불쾌해하니 사과하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권 회장은 설명했다.
그는 “(당시에) 뭐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우리 지구상에 일어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면서도 “국가에서 다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이니 우리가 도외시 할 수 없지 않느냐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올해부터 펜싱팀을 창단하고 펜싱팀 관리를 더블루K에 맡기겠다는 내용을 합의했다.
권 회장은 “(펜싱팀 창단은) 통합스포츠단 창단을 막으려고 어쩔 수 없이 내놓은 것”이라면서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지 않았다면 올해부터 펜싱팀을 창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