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올해 고가 신제품 라인업 ‘아이폰 에디션’을 내놓고 신흥국시장에 가격이 낮은 아이폰6를 다시 출시하는 등 수요층을 다변화하는 전략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아이폰 판매둔화에 대응해 애플이 고가모델로 수익성을, 중저가모델로 점유율을 확대하는 새 전략을 펼치면서 삼성전자와 더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고가 ‘아이폰 에디션’ 출시 유력
19일 외신을 종합하면 애플이 올해 출시하는 아이폰 새 모델을 놓고 다양한 관측이 계속 나오고 있다.
|
|
|
▲ 팀 쿡 애플 CEO. |
애플이 올해 아이폰 출시 10주년을 맞아 대규모 변화를 예고한 만큼 10개 이상의 시범용 모델을 놓고 실제 출시할 제품을 고르는 데 오랜 시간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제전문지 포천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하반기 아이폰7S와 동시출시하는 올레드패널과 세라믹소재의 외관 등을 적용한 신모델을 ‘아이폰 에디션’으로 이름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애플워치를 처음 출시할 때 150만 원부터 판매되는 고가모델에 ‘애플워치 에디션’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새 아이폰도 이처럼 고가제품으로 확실하게 차별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포브스는 “아이폰 에디션 출시는 그동안 신제품에 관련된 수많은 추측 가운데 가장 신빙성이 높다”며 “그동안 애플의 고가전략을 봤을 때 1천 달러 이상으로 판매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가 독점공급하는 올레드패널의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워 아이폰 에디션의 판매비중을 줄이는 대신 가격을 일반모델보다 크게 높일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의 수많은 아이폰 사용자들이 그동안 디자인 변화가 적은 신제품 구매를 미루며 교체시기를 늦춰온 만큼 아이폰 에디션이 고가로 출시돼도 충분한 수요를 확보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포브스는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1천 달러가 넘는 아이폰의 구매를 망설이지 않을 것”이라며 “디스플레이와 디자인, 외관 소재 등에서 모두 대규모 변화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KGI증권에 따르면 아이폰 에디션에 단축키 기능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별도 디스플레이도 적용된다. 애플의 노트북 ‘맥북프로’ 신제품과 LG전자의 V20 등에 적용된 것과 유사한 기능이다.
애플이 그동안 ‘3D터치’와 음성인식기능 ‘시리’ 등으로 인터페이스 혁신을 주도해온 만큼 새로 적용되는 별도 디스플레이에도 편의성을 크게 개선하는 기능이 탑재돼 일반모델과 차별화요소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 신흥시장에 아이폰6과 아이폰SE 출시
애플은 인도와 동남아 등 신흥국시장에 진출을 확대하며 고가모델인 아이폰 에디션 출시와 완전히 반대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애플은 2014년 출시한 뒤 지난해 단종한 아이폰6을 최근 인도와 중국, 대만에서 다시 판매하기 시작했다. 내장메모리는 32기가부터로 처음 출시됐을 때보다 2배로 늘었다.
|
|
|
▲ 애플 아이폰6시리즈(왼쪽)와 중저가 아이폰SE. |
가격은 지난해 출시된 중저가 스마트폰 ‘아이폰SE’보다 소폭 낮게 판매된다. 색상은 중국과 대만에서 금색, 인도에서 회색의 단일 모델만 출시돼 아이폰7 등 최신제품과 차별화를 뒀다.
애플이 스마트폰 가격에 민감한 중국과 인도 공략을 위해 4인치 화면의 아이폰SE를 출시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하자 인기가 높은 대화면을 탑재한 아이폰6으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전자전문매체 지디넷은 “내장메모리 용량이 바뀐 것을 볼 때 이번 아이폰6은 중고제품이 아닌 완전히 새로 만든 신제품”이라며 “그만큼 애플이 신흥국시장 공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애플은 3월 말 열리는 출시행사에서 아이폰SE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도 세우며 중저가 아이폰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아이폰 판매량 성장세가 둔화하며 애플은 수익성과 점유율 방어를 중요한 과제로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가모델 출시로 수익성을, 중저가모델 확대로 점유율을 높이는 ‘투트랙 전략’에 시동을 거는 셈이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는 “애플은 중국과 인도에서 성장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아이폰6을 되살리며 가격경쟁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며 “본격 성장을 위해서 저가 라인업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 삼성전자와 치열한 경쟁 앞둬
애플의 이런 전략변화는 삼성전자가 이전부터 꾸준히 강조하던 ‘투트랙 전략’과 같은 선상에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J와 A시리즈 등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점유율 확보를,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 등 고가 라인업으로 수익확보를 노리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전에 갤럭시S6의 판매부진으로 스마트폰사업이 위기에 놓였을 때도 삼성전자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투트랙 전략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익성과 점유율이 그만큼 모두 스마트폰사업의 지속적 성장에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
|
▲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
애플도 이런 전략을 본따 중저가 라인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스마트폰 가입자를 확대해 자체 플랫폼을 통한 앱과 동영상, 음악 등 콘텐츠 판매수익을 향후 주요 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강조하고 있다.
중저가 아이폰 출시확대로 글로벌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인구가 많은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시장에서도 성과를 낼 경우 이런 전략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애플은 구글 안드로이드가 아닌 자체 모바일 운영체제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경쟁업체와 확실하게 차별화할 수 있다. 애플의 브랜드 자체도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고가 아이폰의 수요를 잠식할 가능성도 있지만 내년부터 올레드패널 등 고가 스마트폰 라인업만의 차별화요소를 충분히 갖출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런 부담도 덜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는 애플이 내년부터 올레드패널 공급업체를 삼성디스플레이 외로 다변화할 수 있어 올레드패널의 탑재비중을 본격적으로 대폭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이 고가 스마트폰의 하드웨어 차별화와 중저가 스마트폰의 영역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플이 소프트웨어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한 만큼 하드웨어 전략에서 뒤따라올 경우 삼성전자는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접는 스마트폰 등으로 하드웨어 경쟁우위를 강화하거나 소프트웨어 역량강화로 맞대결을 하는 등 대응전략을 고심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