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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 겸 KDB산업은행 은행장 |
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 겸 KDB산업은행 은행장이 동부발전당진 매각 무산으로 리더십에 위기를 맞고 있다.
홍 회장은 내년 초 출범하는 통합산업은행 수장으로 이미 낙점된 상태다. 하지만 동부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업은행 책임론까지 불거지면서 홍 회장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STX그룹과 동양그룹이 해체되면서 주채권은행으로서 부실을 방치했다는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또 올해 들어 세월호 참사를 낳은 청해진과 STX에 대한 부실대출 의혹이 일면서 곤욕을 치렀다.
산업은행은 매각이 무산된 동부발전당진을 사모펀드를 통해 우선 인수한 뒤 재매각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수후보가 마땅치 않아 산업은행이 장기간 동부발전당진을 떠안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깊다.
◆ 동부발전당진 매각과정에서 불거진 무능함 논란
동부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자산매각 일체에 대한 권한을 위임받으면서 동부발전당진에 대한 매각을 주관하게 됐다. 산업은행은 애초 동부발전당진을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묶어 포스코에 패키지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포스코가 지난 6월 패키지 인수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산업은행은 두 자산을 개별매각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당시 산업은행은 포스코의 의향과 무관하게 무리하게 패키지 매각을 추진하다가 시간만 낭비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동부발전당진은 석탄화력발전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어 개별매각이 조속히 이뤄질 수 것으로 기대됐다. 동부발전당진에 대한 인수의향을 밝힌 기업도 SK가스, 삼탄, 대림, 대우건설, GS, E1 등 6곳이나 됐다.
그러나 본입찰에 참여한 기업은 삼탄과 SK가스 두 곳으로 줄었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삼탄도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인수 막바지에 송전선 건설비용 문제가 불거지면서 인수후보들이 떨어져나간 것이다.
동부발전당진 매각 무산과 함께 산업은행의 책임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산업은행이 애초 동부발전당진과 동부제철 인천공장의 패키지 매각을 고집하다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산업은행이 주도하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동부 구조조정의 적기는 지났었다”며 “패키지 매각으로 매물 가치를 올려보려 했고 패키지 매각이 무산되자 개별 매각으로 신속히 선회하는 등 노력을 펼쳤지만 송전선 문제가 갑자기 불거졌던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햐우 사모펀드를 조성해 동부발전당진을 인수한 뒤 재매각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동부발전당진을 인수하더라도 재매각에 성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송전선 건설비용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애초 인수의향을 밝혔던 후보들마저 동부발전당진을 외면하고 있다. 새로운 인수후보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산업은행은 장기간 동부발전당진을 떠안고 있을 수 밖에 없다.
◆ 부실기업 털기보다 떠안기만 하는 산업은행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있는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그 기업을 아예 인수하게 된 사례는 수두룩하다.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KDB대우증권 KDB생명(옛 금호생명) STX조선해양 등 10여 곳이 넘는 기업이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중 산업은행에 인수됐다.
이 가운데 대우건설 대우증권 KDB생명은 아예 산업은행 계열사로 편입됐다. 대우증권과 KDB생명의 계열사 편입은 정부가 2008년부터 산업은행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산업은행이 정책금융과 무관한 금융업무에까지 손을 뻗친 경우다.
산업은행은 인수합병을 통해 현재 자산규모가 200조 원대에 이르는 거대 금융그룹으로 몸집을 키웠다. 비금융 자산만 40조 원을 웃돈다. 이는 재계 20위 수준이다. 이에 따라 국책은행이 금융회사와 경쟁하는 것도 모자라 산업재벌이 돼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은행은 내년 통합산업은행 출범에 발맞춰 정책금융 업무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금융 계열사를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산업은행 계열사 5곳(대우증권 KDB캐피탈 KDB생명 KDB자산운용 KDB인프라자산운용) 가운데 KDB인프라자산운용을 제외한 4곳이 매각대상이다.
산업은행은 대우증권의 경우 시장여건과 창조경제 지원 등을 위한 시너지를 고려해 매각을 당분간 유보하기로 했다. 하지만 통합산업은행 출범 이전 상징적 차원에서 매각하려던 KDB생명은 올해만 두 번씩이나 유찰되는 등 매각이 장기화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비금융 회사의 경우 기업가치를 높인 뒤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산업은행이 보유중인 비금융 회사는 주로 업황불황이 장기화하고 있는 조선 및 건설 부문에 포진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 기업들을 한동안 떠안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산업은행이 보유한 부실기업 지분은 점차 늘고 있다. 올해 1월1일부터 7월15일까지 산업은행이 출자전환을 통해 취득한 지분규모는 모두 8965억 원으로 확인됐다. 이는 국내 은행 중 가장 큰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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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 겸 KDB산업은행 은행장 |
◆ 정책금융의 맏형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나
홍기택 회장은 정부의 정책금융기관 역할 재정립 방안에 따라 내년 초 출범하는 통합산업은행의 수장을 맡게 된다. 홍 회장이 지난해 4월 취임 이후 줄곧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맏형론을 강조한 것도 통합산업은행 출범에 앞서 입지를 다지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홍 회장은 취임식에서 “정책금융은 KDB금융이 강점을 가진 분야로서 그룹의 역량과 노하우를 100% 발휘할 수 있는 분야”라며 “KDB금융이 정책금융기관 맏형 역할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 초 신년사에서도 “가장 중요한 과제는 과거와 다른 새로운 정책금융 모델을 정립하고 지속가능한 흑자경영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대표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위상을 더욱 굳건히 하겠다”고 말해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맏형 역할을 강조했다.
그러나 홍 회장이 산업은행 수장으로서 자질론에 시달리고 있는 데다 산업은행의 역할론 마저 대두되고 있는 것은 통합산업은행 출범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물론 홍 회장이 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산업은행의 수장으로서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은 기업 가운데 현대그룹과 한진그룹의 구조조정은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두 기업에 강도높은 자구안을 요구하고 이를 이행하도록 지원한 산업은행의 역할이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3년 임기 가운데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홍 회장의 공보다 과가 더 많다는 평가도 나온다. 임기중에 단연 동부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드러난 산업은행의 무능력함이 홍 회장에 대한 부정적 평가에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홍 회장은 취임한 첫 해인 지난해 STX와 동양그룹이 해체되면서 산업은행은 부실방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에 거세게 휘말렸다. 홍 회장이 수년 동안 동양그룹 계열사에서 이사로 역임한 이력이 알려지면서 동양사태의 후폭풍도 거셌다.
또 전임자 시절에 행해진 산업은행의 부실대출 사실이 밝혀지면서 홍 회장이 고스란히 그 책임을 떠안아야 했다. 산업은행은 올해에도 청해진과 STX그룹에 대한 부실대출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 과외교사 출신
홍 회장은 1971년 경기고등학교를 1975년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1975년 한국은행에 입행한 뒤 1984년부터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부교수를 거쳐 현재까지 교수직을 역임하고 있다.
2007년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 과외교사 모임으로 불렸던 ‘5인 공부모임’의 일원으로 참여하면서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들어 금융정책의 싱크탱크로 부상했다. 대통력직인수위원회의 경제1분과 인수위원에 이어 KDB금융그룹 회장 겸 KDB산업은행 은행장으로 선임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홍 회장을 산업은행 수장으로 선임한 데 대해 “홍 교수가 국제금융과 거시경제 분야 전문가로 정책금융 체계개편과 창조금융을 통한 실물경제의 활력을 이끌 적임자로 판단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