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코텍 기술수출 잭팟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제노스코 인수 '몸값' 줄다리기

▲ 17일 오스코텍에 따르면 자회사 제노스코 지분 인수를 위해 관계자들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제노스코 지분 인수를 위해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하고 임시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신약 개발 기업 오스코텍이 최근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와 1조5천억 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대규모 유동성을 확보했다. 

다만 시장의 시선은 이번 대형 기술수출 성과 자체보다는 확보된 실탄과 높아진 기업가치가 현재 난항을 겪고 있는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 지분 인수의 결정적 기폭제가 될 수 있을 지에 쏠리고 있다.

17일 오스코텍에 따르면 회사는 현재 제노스코 지분 인수를 놓고 관련 주주들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오스코텍 관계자는 “제노스코 등 관련 주주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으며, 향후 간담회 등을 통해 주주들과의 접점을 더욱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제노스코의 몸값 산정이다. 제노스코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해 경영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기업 가치를 얼마로 책정하느냐를 놓고 주주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오스코텍 소액주주들은 제노스코의 적정 가치를 올해 기업공개(IPO) 추진 당시 거론됐던 공모가 수준인 6천억~7천억 원대로 보고 있다. 

이미 국산 신약 ‘렉라자’의 가치가 모회사인 오스코텍 시가총액에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는 만큼 자회사에 과도한 프리미엄을 부여하는 것은 중복 계상에 해당한다는 논리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인수 대상 지분(약 41%)의 가치는 2800억 원대 수준으로 추산된다.

반면 제노스코 주요 주주들의 눈높이는 1조 원 이상을 향하고 있다. 

오스코텍과 제노스코가 렉라자의 기술료와 로열티를 5대 5로 나누는 수익 구조인 만큼, 오스코텍 시가총액(약 2조 원)의 절반 수준에다 프리미엄까지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인수 대상 지분 가치는 4천억 원 이상으로 뛴다. 

특히 메리츠증권(약 20%) 등 재무적 투자자(FI)들은 투자금 회수를 고려할 수밖에 없어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창업주인 김정근 전 대표의 아들 김성연 씨가 제노스코 지분 약 13%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협상을 어렵게 만드는 변수로 거론된다.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제노스코의 가치를 높게 책정할수록 오너 일가의 부(富)의 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오스코텍은 최근 제노스코 인수를 염두에 두고 발행 주식 수 확대를 위한 정관 변경을 시도했으나 소액 주주들의 반대로 주주총회에서 부결된 바 있다.
 
오스코텍 기술수출 잭팟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제노스코 인수 '몸값' 줄다리기

▲ 오스코텍(사진)이 16일 사노피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연구개발 능력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교착 상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사노피 기술수출 성과는 제노스코 몸값 협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오스코텍은 바이오 벤처 아델과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 ‘ADEL-Y01’을 사노피에 기술수출하면서 약 550억 원의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 계약 규모는 10억4천만 달러(약 1조5천억 원)로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 8천만 달러를 양사 간 수익 배분 비율(아델 53, 오스코텍 47)에 따라 나눈 수치다.

이번 성과는 단순한 현금 유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렉라자 성공 이후 항암제에 이어 뇌질환 분야에서도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수출 성과를 확보하면서 오스코텍이 특정 자회사 파이프라인에만 의존하는 회사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제노스코 지분 인수를 위한 신주 발행이나 재무적 투자자 유치 과정에서 오스코텍이 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근거뿐 아니라 가치 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호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오스코텍과 제노스코의 기업가치는 모두 레이저티닙 권리에 크게 의존했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기술수출로 오스코텍이 추가적 레퍼런스를 확보하면서 프리미엄의 근거를 마련했다”고 분석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