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만 코스맥스 대표이사 사장이 해외 법인 수익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코스맥스>
그동안 성장세에 가려졌던 문제가 3분기 수익성 후퇴로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해외 법인 부진이 일시적 변동이 아니라 구조적 리스크로 굳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병만 코스맥스 대표이사 사장이 안고 있는 부담도 한층 무거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스맥스 해외 법인이 그룹 전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코스맥스의 중국 법인을 거느린 중간 지주사 코스맥스이스트와 미국 법인 총괄 중간 지주사 코스맥스웨스트는 좀처럼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스맥스이스트의 올해 3분기 순손실은 109억 원, 코스맥스웨스트는 97억 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인 2분기에도 각각 117억 원, 98억 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3분기 들어 손실 폭이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코스맥스의 해외 법인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하반기 수익성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코스맥스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5856억 원, 영업이익 427억 원을 냈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1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 감소했다.
해외 법인의 재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코스맥스이스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3분기에도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여있다. 올해 3분기 자산은 1206억 원, 부채는 1416억 원으로 부채가 자산을 크게 웃돈다. 지난해에도 자산 1137억 원, 부채 1238억 원으로 비슷한 상황이 유지됐다.
코스맥스웨스트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코스맥스웨스트의 장부금액은 지난해까지 사실상 ‘0원’이었다. 자본금 163억 원 가운데 2019년 38억 원, 2020년 124억 원을 손상차손으로 털어냈다. 이후 코스맥스가 추가 출자와 지분 매입으로 올 3분기 장부금액은 383억 원까지 늘어났다. 외부에서 이익이 발생해 성장한 구조라기보다 본사 지원으로 연명해 온 셈이다.
특히 코스맥스이스트의 부진은 그룹 전체 재무 부담을 키우는 직접적 원인으로 꼽힌다. 코스맥스이스트가 흔들릴수록 코스맥스가 떠안아야 하는 재무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코스맥스는 2019년 코스맥스이스트를 설립하며 코스맥스차이나 지분을 전량 현물출자했다. 동시에 SV인베스트먼트에 코스맥스이스트 지분 9.74%를 매각해 828억 원을 확보했다.
▲ 코스맥스 미국 법인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코스맥스 미국 오하이오주 솔론공장 전경. <코스맥스>
당시 두 기업은 4년 내 상장을 조건으로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이 조건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SV인베스트먼트는 자신이 가진 지분은 물론 코스맥스 보유 지분까지 외부에 함께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코스맥스이스트는 상장 시한을 넘기며 약정을 이행하지 못했다. SV인베스트먼트가 콜옵션 행사 등 회수 절차를 검토하자 코스맥스는 유상감자 등 지분 정리 방안을 제시하며 사실상 ‘엑시트(회수) 지원’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코스맥스이스트는 올해 3월 주식 소각 방식의 유상감자를 실시했다. 상환전환우선주(RCPS) 381만1778주는 전환사채(CB)로 전환됐고 자본금은 339억 원에서 301억 원으로 감소했다. RCPS가 배당 기반 수익 구조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법인의 부진으로 배당 여력이 사라진 상황에서 기존 구조를 유지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물론 코스맥스도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법인을 중심으로 비용 효율화 작업에 속도를 내며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2022년 미국 오하이오 공장을 철수하고 뉴저지 공장으로 일원화했다. 주요 고객사가 동부에 몰려 있어 물류비·고정비를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2023년에는 부실 사업 정리를 위해 누월드를 코스맥스USA에 흡수합병하며 비용 구조를 다시 손봤다.
여기에 최근까지 견고하던 국내 법인의 수익성도 흔들리고 있다.
코스맥스 국내 법인은 올해 3분기 매출 3835억 원, 영업이익 343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0%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3% 줄었다.
인디 브랜드 고객이 빠르게 늘면서 초기 개발·서비스 비용이 선투입됐고, 매출 인식까지 시차가 발생해 단기 마진을 깎아냈다는 설명이다. 마스크팩 등 원가율이 높은 카테고리 비중이 확대된 점도 수익성을 누른 요인으로 지목된다.
오린아 LS증권 연구원은 “에센스, 크림, 자외선차단제 중심의 성장은 견조하지만 일부 품목이 부진해 수익성이 낮아진 상태”라며 “다만 중국 사업은 바닥을 지나 완만한 회복세에 있고 미국 역시 서부 법인 영업 확대로 신규 고객사가 유입되면서 적자 폭이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