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이해진 여전히 배고프다, AI 패권 전쟁서 '20조' 빅딜로 새판 짜기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27일 네이버 1784에서 열린 네이버–두나무 공동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네이버>

[비즈니스포스트] “외부에서는 네이버를 두고 ‘공룡’이라는 표현도 많이 쓰지만 제 입장에서는 해외 빅테크와 비교해 100분의 1 수준의 정말 작은 회사라고 생각한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핀테크 환경의 격변기 속에서 다시 한 번 대형 인수합병(M&A) 결정을 통해 도약을 노리고 있다. 

창업 초기와 전환기마다 과감한 인수합병과 투자로 기업을 재편해온 이 의장은 이번에도 20조 원 규모의 두나무 인수를 직접 설계하며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27일 이해진 의장은 성남 네이버 1784에서 열린 네이버–두나무 공동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전날 이사회에서 의결된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포괄적 주식교환’의 배경과 전략적 의미를 설명했다. 

이날 이해진 의장은 2016년 라인의 뉴욕증시 상장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언론 앞에 섰다. 올해 3월 8년 만에 네이버 의장으로 복귀한 뒤에도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같은 평가를 의식했는지 이 의장은 자신을 “원조 은둔의 경영자 이해진”이라고 소개하며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전날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두나무를 계열사로 편입하는 안을 의결했다. 이번 거래는 네이버의 기업 성격을 바꿀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대형 딜이다.

이 의장은 “송치형 회장과 함께하면 사업적•기술적으로 네이버와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제안을 건넸다”고 밝혔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 역시 “이해진 의장이 제안했을 때 선뜻 결정하지 못했다”며 “인생에서 가장 길게 고민한 결정이었다”며 이번 결정이 두 최고 경영진 사이에서 추진된 결합임을 암시했다.

네이버는 현재 사상 최대 실적을 연이어 갱신하며 독보적인 실적을 내고 있다. 국내 플랫폼 업계에서는 “돈 버는 법을 가장 잘 아는 회사”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그러나 이해진 의장은 이날도 ‘위기감’을 가장 먼저 강조했다.

이 의장은 “빅테크와 비교해 작은 회사로서 살아남는 일은 어려웠다”며 “창업 이후 25년 동안 정말 고생은 많이 했고 매년 생존을 고민할 정도로 어려운 경쟁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앞서 2012년에 사내 강연에서 “편해서 NHN 왔다는 직원에 억장이 무너졌다”며 초심과 벤처 정신을 요구했다. 2016년 라인 상장에도 “절박함이 라인의 성공 비결”이라며 “지금도 미국 거대 인터넷 사업자들이 두렵다”고 말하는 등 일관적으로 절박함을 조직과 시장에 강조해 왔다.
 
네이버 이해진 여전히 배고프다, AI 패권 전쟁서 '20조' 빅딜로 새판 짜기

▲ 사진은 경기도 성남 네이버 본사의 모습.


이 의장은 그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지만 AI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자 의장직에 복귀했다. 이번 딜은 그가 지난 3월 복귀한 뒤 1년도 지나지 않아 이뤄졌다.

이번 결합은 이 같은 절박함의 철학이 다시 작동한 결정으로 평가된다.

이날 행사에서 3사의 경영진은 공통적으로 “격변기 속 시장 선점이 필수적이다”, “생성형 AI와 블록체인 기술의 성숙기로 발빠른 대응이 필요한 시기”, “적기를 놓치면 거대한 흐름에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기술 전환기 속에 이뤄진 결정임을 강조했다. 

이번 결합이 이번에도 네이버의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이 의장은 창업 이후 과감한 인수합병(M&A)으로 플랫폼의 외연을 확장해왔다. 2000년에는 한게임, 서치솔루션 M&A로 PC시대 속 존재감을 키웠다. 모바일 전환기에는 2006년 ‘첫눈’을 인수한 뒤 이후 라인을 탄생시키고 라인야후 합작을 통해 일본•동남아 시장에서 성공을 만들었다.

두 회사의 결합은 네이버가 부족했던 금융 포트폴리오를 채울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두나무의 디지털자산 인프라와 네이버파이낸셜의 결제 기반, 네이버의 AI•검색 기술을 결합해 스테이블코인•STO 등 글로벌 신규 금융 시장에 진입하는 구조가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