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 구리 사업 때문에 방산 사업도 저평가 돼 주주들 볼멘소리, 류진 인적분할 검토할까

류진 풍산 회장이 2023년 9월19일 여의도 FKI타워 앞에서 열린 '한국경제인협회 표지석 제막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류 회장은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비즈니스포스트] 풍산의 사업부문은 크게 신동(구리)사업부와 방산사업부로 나뉜다. 

신동사업부에서는 구리 및 동합금 소재로 판(sheet), 대(strip), 리드 프레임(lead frame) 소재, 봉(bar), 선(wire), 주화용 소전(coin blank) 등을 만든다. 

방산사업부에서는 각종 군용 탄약과 포탄, 스포츠용 탄약(스포츠탄), 추진화약과 탄약부분품 등을 생산한다. 

매출액 비중은 신동이 70%, 방산이 30% 정도다. 2025년 상반기 매출액 기준으로는 70.1% 대 29.9%였다. 

그런데 풍산의 구리 사업은 실적이 정체 국면인 반면 방산의 성장세는 꾸준하다. 

구리 사업 매출액(이하 별도기준)은 2021년 1조8160억 원에서 2022년 2조3563억 원으로 29.75% 성장한 이후 2023년 2조1110억 원, 2024년 2조3235억 원을 기록하며 성장세가 주춤했다. 구리 산업은 국제 구리 시세에 따라 부침이 크다. 

반면 방산 부문의 매출액은 2021년 7400억 원, 2022년 9009억 원, 2023년 9896억 원, 2024년 1조1791억 원으로 한 해도 쉼 없이 지속 성장하고 있다. 

수익성 측면에서 보면 전사 영업이익 중 방산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다. 정확한 부문별 이익은 공시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2024년 풍산의 방산 부문 영업이익이 8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봤다.

주주들 사이에서는 풍산이 다른 방산기업들에 견줘 기업가치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내 방산기업들은 방산 수출 붐을 타고 주식시장에서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예컨대 11월17일 종가기준으로 주요 방산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1.20과 9.06, 한국항공우주산업은 62.99와 6.35, 현대로템은 52.79와 10.50, LIG넥스원은 42.17과 7.65를 각각 기록했다. 

반면 풍산은 PER 12.24, PBR 1.28에 그쳤다. 

이 때문에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분할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풍산을 언급하고 있다. 방산 부문이 주식시장에서 온전하게 가치를 평가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풍산은 2022년 9월 방산 부문의 물적분할 계획을 발표했다가 주주들의 반발로 같은 해 10월 이를 철회한 바 있다. 

최근 기업의 핵심 사업을 물적분할로 빼내는 데 대한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이어서, 풍산이 분할을 추진하더라도 인적분할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류진은 인적분할 추진할까

풍산의 지배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오너인 류진 회장이 지주회사인 풍산홀딩스를 통해 풍산과 풍산특수금속, 풍산메탈서비스, 풍산화동양행 등 계열사를 지배하는 그림이다. 

류 회장이 여전히 최대주주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고 옥상옥 형태로 있는 가족회사 등의 변수도 없어 지배구조상 인적분할에 걸림돌은 없는 상황이다. 

업계는 풍산의 인적분할이 이뤄진다면 방산 사업을 가지고 독립하는 회사가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동 사업 역시 여전히 안정된 실적을 내고 있어서 방산 부문을 떼어낸 잔존 법인의 기업가치가 기존 풍산에 견줘 크게 훼손될 우려는 적어 보인다. 

유사 사례도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4년 인공지능(AI) 솔루션 기업 한화비전과 반도체 장비 사업을 하는 한화정밀기계를 인적분할을 통해 떼어내고 방산과 항공 사업만 남겼다.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 대장주 지위에 올라섰다. 

두 사업의 상호연관성이 적은 것도 인적분할에 힘을 싣는 이유가 된다. 구리와 방산 사업은 구리를 기반으로 하는 비철금속 소재 산업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지만, 핵심 기술과 고객, 판매시장이 거의 다르다고 평가된다. 

류진 회장이 승계 작업을 위해 인적분할을 추진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류 회장의 아들인 로이스 류(한국명 류성곤) PMX 인더스트리 부사장은 미국 국적 때문에 방산업체인 풍산의 경영권을 승계하는 데 난관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류 회장이 인적분할 후 신동 사업 법인을 아들에게 물려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류진 회장이 풍산 고유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섣불리 무너뜨리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구리와 방산의 두 축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풍산의 역사 때문이다. 

아울러 류 회장은 인적분할 이후 두 법인의 경영관리와 조직관리 측면에서 효율성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풍산 관계자는 인적분할 내부 논의 여부를 묻는 씨저널의 질문에 “진행된 사항이 없다”고 답했다. 이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