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피알이 한일령 확산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중화권 점유율 확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이 흐름의 중심에는 K뷰티 대표주자인 ‘에이피알’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 소비 회복에 미국시장 매출 성장까지 겹치면서 성장 동력이 극대화됐다는 분석이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에이피알의 중국시장 공략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에이피알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3859억 원, 영업이익 961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21.7%, 영업이익은 252.9% 급등한 것이다. 올해 연매출 1조 원은 거뜬하게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고성장 흐름 속에서도 중화권 시장 내 점유율은 제한적이었다. 전체 해외 매출 비중이 80%에 이르는 가운데, 지역별 비중은 미국 39%, 기타 22%, 일본 12%, 중화권 7%로 집계됐다. 올 3분기에도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음에도 중화권 매출 성장률은 12.2% 상승하는데 그쳤다. 전체 매출 대비 비중도 지난해보다 7%포인트 줄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한일령 시행 가능성은 중화권 매출 확대의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미 일본여행 및 유학 자제를 권고하고,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하는 등 대일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민간 차원에서도 일본행 항공권 50만 장이 취소되고 일본 아이돌 팬미팅·애니메이션 상영이 중단되는 등 반일 정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장기화될 경우 중국인의 해외 소비 수요가 일본에서 한국으로 우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부 일본산 화장품에 대한 수입 금지 논의까지 이어지면서 K뷰티로의 수요 전환 기대도 커지고 있다.
박종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일령이 시행될 경우 미용 의료기기와 화장품 업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크고 최선호주로는 에이피알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은 2016년 사드 사태로 한한령이 시행됐을 당시 중국인 입국자가 806만 명에서 2017년 417만 명으로 급감한 경험이 있다. 반대로 ‘한일령’이 시행될 경우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유입이 급증하며 반사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2024년 8월 중국 항저우 전시센터에서 열린 뷰티 관련 소비재 박람회 ‘2024 이메이샹’ 에이피알 부스. <에이피알>
일본정보관광국에 따르면 지난해 방일 중국인 수는 698만 명이며 이들의 연간 소비액은 1조7335억 엔에 이른다. 1인당 소비액은 27만7747엔으로 전체 외국인 평균보다 22%가량 높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은 쇼핑 지출 비중이 유독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인의 일본 내 소비 가운데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44%로 전체 외국인 평균(30%)을 크게 웃돈다.
이러한 소비 성향을 감안할 때, 일본 대신 한국을 찾는 흐름이 본격화될 경우 K뷰티 업계가 가장 큰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방한 중국인의 쇼핑 지출 중 77%가 화장품 및 향수에 집중돼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단순 관광을 넘어 ‘쇼핑 목적 방문’이 뚜렷한 만큼 직접 구매 경험은 이후 자국 내 재구매 수요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소비 경로는 과거 일본 화장품 업계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화장품 기업 시세이도는 2010년대 방일 중국인의 절반이 귀국 후 자사 제품을 반복 구매한 사례를 바탕으로 중국 내 입지를 확대했다.
여기에 최근 중국에서는 ‘서울병’, ‘케데헌’ 등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한류 콘텐츠의 인기가 재점화되면서 K뷰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역시 점차 회복되는 분위기다.
그동안 한국 화장품 기업들은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중국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사실상 중단하고 자연발생적인 글로벌 수요에 의존해왔다. 에이피알 역시 별도 마케팅 없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지만, 중화권 내 점유율은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에이피알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 에이피알 주가는 19일부터 24일까지 각각 4.42%, 5.57%, 0.42%, 3.99%씩 오르며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박종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일령 시행으로 인한 반사수혜가 나타난다면 통상적으로 비수기인 1, 2월에도 고무적 의료관광 소비금액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에이피알 또한 지수 편입 이벤트 소멸 후 고점 대비 20~30% 낮은 수준의 밸류로 형성돼 주가 회복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