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한 수' 넥슨 5천억 베팅한 엠바크, 아크 레이더스 흥행 돌풍으로 '효자' 자회사로

▲ 넥슨의 신작 '아크 레이더스'가 출시 이후 순조로운 흥행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넥슨>

[비즈니스포스트] 넥슨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가 개발한 익스트랙션 슈터 신작 ‘아크 레이더스’가 출시 직후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면서 오랫동안 회의적 평가를 받아온 엠바크 인수 결정이 재조명받고 있다.

21일 현재 4주차를 맞은 ‘아크 레이더스’는 자체 기록을 경신해나가며 흔들림 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3주차 주말에는 PC플랫폼인 스팀에서만 동시접속자 수 48만2천 명으로 전주 기록을 다시 넘어서며 장기 흥행작으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시장조사업체 게이멀리틱에 따르면 이날 기준 스팀 판매량 추정 중앙값은 410만 장이다. 콘솔 판매분을 더하면 실제 판매량은 이보다 클 것으로 추정된다. 넥슨은 앞서 출시 열흘 만인 11일에 PC·콘솔 합산 판매량 400만 장, 플랫폼 합산 최고 동접 7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출시 한 달도 되지 않아 글로벌 시상식 ‘더 게임 어워드(TGA)’의 ‘최고의 멀티플레이어 게임’ 부문 후보에도 올랐다. 올해 TGA 후보작 가운데 국내 게임사가 서비스하는 타이틀은 아크 레이더스가 유일하다.

흥행에 대해 이정헌 넥슨 일본법인 대표 역시 “넥슨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글로벌 출시 사례”라고 평가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는 자연스럽게 엠바크 스튜디오 투자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엠바크는 스웨덴 소재 개발사로, EA 다이스에서 ‘배틀필드’ 시리즈를 개발한 핵심 인력들이 2018년 독립해 설립했다. 넥슨은 같은 해 초기 투자를 통해 기술력과 성장성을 확인한 뒤 2019년부터 지분 100% 인수를 추진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당시 인수는 EA 출신 오웬 마호니 당시 넥슨 일본법인 대표가 주도했으며 인수 및 추가 지분 확보에 투입된 금액은 약 5천억 원으로 알려졌다. 넥슨의 서구권 인수합병(M&A) 사례 가운데 최대 규모였다.
 
'신의 한 수' 넥슨 5천억 베팅한 엠바크, 아크 레이더스 흥행 돌풍으로 '효자' 자회사로

▲ 사진은 성남 판교 넥슨 사옥의 모습.


그러나 당시 시장 평가는 냉담했다.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신생 스튜디오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는데 당시 개발 중인 신작 정보도 거의 공개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엠바크 스튜디오 대표 패트릭 쇠더룬드에 대한 여론이 좋지 못했던 점도 불안 요소로 꼽혔다. 이후 아크 레이더스의 출시가 계획보다 지연되자 ‘실패한 인수’라는 평가가 짙어지기도 했다.

이번 아크 레이더 흥행은 넥슨이 ‘던전앤 파이터’를 비롯한 기존 프랜차이즈 IP(지적재산)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축을 확보할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장기 서비스와 프랜차이즈 확장에 성공할 경우 네오플과 같이 수천억 원 투자가 과하지 않은 전략적 자회사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높다. 

넥슨은 그간 게임사와 게임에 투자하며 외형을 빠르게 확장해 왔다. 2008년 인수된 네오플은 현재까지 넥슨의 실적을 뒷받침하는 핵심 계열사다. 게임 ‘서든어택’ 인수, ‘피파 온라인’ 판권 확보 등 외부 투자와 파트너십을 통해 성장축을 다변화해왔다. 

넥슨 관계자는 “이번 첫 번째 대규모 콘텐츠 ‘노스 라인’ 업데이트, 12월 예정된 ‘콜드 스냅’ 업데이트 등을 통해 라이브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