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모두 올해 임금단체협상을 추석 전에 마무리하는 데 실패했다.
현대차 노사는 잠정합의안 마련을 눈앞에 뒀지만 노조 내부 의견이 엇갈려 발목이 잡혔다. 기아차 노조는 그동안 현대차 노조의 결정을 따라왔는데 현대차가 난항을 겪으면서 기아차 임단협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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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갑한 현대자동차 사장 |
현대자동차 노조는 3일 추석연휴 전 추가교섭이나 파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대차 노사는 윤갑한 사장과 이경훈 노조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2일 울산공장에서 잠정합의안을 마련하기 위해 20차 임금단체협상을 진행했지만 노조 내부에서 이견이 생겨 최종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현대차 노조는 추석 이후 회사에 교섭재개를 요청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쟁의대책위원회에서 결정된 이번 주 잔업과 주말특근 거부는 예정대로 진행된다.
기아자동차 노사도 지난 2일 화성공장에서 17차 임단협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기아차 노사는 통상임금 확대 적용을 놓고 여전히 큰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기아차 노조 관계자는 “이번 협상은 통상임금에 대한 정리가 끝나야 매듭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임단협 종료시점이 추석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현대차 노사가 잠정합의안 마련에 실패한 가장 큰 원인으로 노조 내부갈등이 꼽힌다.
현대차 노사는 입단협 쟁점인 통상임금 확대 적용에 대해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노조 내 일부 강경파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즉각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노조 집행부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노조와 잠정합의에 실패한 뒤 “노사교섭단이 3개월간 심혈을 기울여 협상을 마무리 지을 단계에 일부 노동조직들이 잠정합의를 저지하기 위해 교섭장 앞에서 집단시위를 하는 등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서상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추석 전 임금협상 타결은 사실상 어렵게 돼 현대차 노사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도 “합의무산이 노노갈등 때문이라 향후 파업강도는 약해질 전망”이라고 점쳤다.
기아차 노조는 그동안 현대차 노조의 결정을 뒤따라 왔다. 현대차 임단협이 속도를 내지 못한 탓도 있지만 기아차 해외공장 신설을 두고 노조가 반발하는 등 내부문제까지 겹치면서 기아차 임단협도 좀처럼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 30일 회사와 진행한 16차 단체교섭에서 노사협의를 통한 멕시코공장 투자계약 진행과 화성공장 조합원들의 고용안정 방안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기아차가 신설할 멕시코공장에 화성공장이 생산하는 K3를 투입한다고 알려지면서 노조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기아차 노사는 매년 추석 때쯤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올해 추석이 예년보다 이른 데다 노사의 이견차이도 커 그동안 33가지의 임단협 쟁점조항 가운데 11가지만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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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훈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가운데)이 2일 교섭 잠정 중단을 선언한 뒤 울산공장 본관을 나서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