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6일 서울 중구 손해보험협회에서 열린 ‘금융위원장-보험회사 CEO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6일 서울 중구 손해보험협회에서 열린 ‘금융위원장-보험회사 CEO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위원장이 앞서 간담회장을 돌면서 전체 최고경영자(CEO)와 악수하는 등 분위기를 푼 것이 무색하게 장내엔 금방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간담회는 보험사들이 이 위원장 취임 뒤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 기조를 직접 확인한 첫 자리였다.
그가 취임식에서 과제로 제시한 ‘금융 대전환’의 3가지 축인 생산적금융, 소비자중심 금융, 신뢰금융 강조 기조는 이날 발언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생산적 금융은 이재명 정부 핵심 기조 가운데 하나로 금융 자원을 혁신·벤처기업, 첨단산업 등 실물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분야에 집중적으로 배분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업권 가운데 보험업계는 소비자와 직접 맞닿아 있는 만큼 민원이나 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에 이번 정권 핵심 추진 과제 가운데 하나인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꾸준한 압력을 받아오고 있다.
또 금융위원회는 올해 편면적 구속력 등 추진 방안을 마련하고 2026년부터 입법 논의를 본격화하려 한다. 편면적 구속력은 분쟁조정에서 소비자에게만 구속력이 부여돼 금융사가 따라야 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에 더해 지금까지 안정성 중심으로 자산을 운용하던 기조에서 벗어나 벤처기업 등 산업 쪽으로 자금을 흘러가게 하는 ‘생산적금융’도 강조됐다.
보험사들은 사실상 ‘소비자보호 강화’와 ‘위험자산 확대’라는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이중고’에 놓인 셈이다.
이 위원장은 ‘생산적금융’을 강조하며 이를 도울 수 있는 여러 정책 개선도 병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을 강화하고 체질개선을 도울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했다.
보험사들은 2023년 새 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된 뒤 자본건전성 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2024년 한 해 동안 ‘보험개혁회의’를 진행하며 여러 개선 사항을 도출하고 해결 방안을 세워나갔다.
이 위원장은 이날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건전성 제도 개선 과제들을 보완하고 완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보험사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으로 파악된다.
구체적으로는 △손해율 계리가정 구체화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K-ICS) 규제 연내 마련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 개선 검토 △경영실태평가에 듀레이션 갭 지표 신설 등이 언급됐다.
보험사들이 꾸준히 요구해 온 여러 제도 개선이지만, 이를 통해 생산적금융에 동참하는 ‘선순환 구조’가 제시되자 일각에서는 ‘당근’과 함께 ‘채찍’을 제공했다고 바라봤다.

▲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6일 서울 중구 손해보험협회에서 열린 ‘금융위원장-보험회사 CEO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앞서 보험사들은 안정적이고 장기적 자산운용을 목표로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에 투자해 왔다. 소비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을 충분히 확보하면서 자산을 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산적금융은 보다 위험도가 높은 첨단산업 등에 투자하는 게 지향점이기에 보험사들로서는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보험업계에서는 위험계수 완화가 실제 벤처투자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이 위원장이 CEO들을 만나 직접 언급되기까지 한 만큼 투자를 적극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정부가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로 꼽고 있는 ‘금융소비자보호’도 강하게 언급되며 보험사들의 부담이 더 커졌다.
이날 이 위원장은 “급변하는 환경에서 생존하려면 변하지 않는 가치와 원칙에 집중해야 한다”며 “보험에 있어서는 ‘소비자보호’가 바로 그 가치와 원칙이다”고 짚었다.
이어 불완전판매 근절, 정당한 보험금 청구 신속 지급 등을 보험업계의 소비자보호 과제로 꼽았다.
이 위원장은 ‘소비자 중심 금융’을 은행 등 다른 금융업권을 만날 때도 일관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15일엔 금융소비자단체와 서민금융 전문가, 금융협회 대표자와 함께 ‘소비자·서민 중심 금융으로 대전환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열고 소비자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 이억원 금융위원장(앞줄 가운데)이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및 관계자들과 16일 서울 중구 손해보험협회에서 열린 ‘금융위원장-보험회사 CEO 간담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