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급성장하는 '차량용 OLED'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에 액정표시장치(LCD) 시장 주도권을 내준 상황에서, OLED 사용처 확대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중대 과제로 떠올랐다.
자율주행 시대로의 전환은 자동차의 역할을 단순한 이동 수단에서 ‘움직이는 스마트 공간’으로 재정의하는 만큼, 차량용 OLED 디스플레이 시장 성장세는 가파를 것으로 예상된다.
9일 디스플레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LCD가 빠르게 OLED로 대체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OLED가 차지하는 비중은 7.6%로 LCD(86.9%)에 비해 매우 낮았다. 하지만 2030년에는 14.4% 수준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제조단가가 OLED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LCD가 주로 활용돼왔다.
하지만 생산량 증가와 기술 발전으로 OLED 패널 가격이 점차 낮아지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의 등급과 원가 목표에 따라 LCD와 OLED를 구분해 적용하는 전략을 취하기 시작했다. OLED는 LCD와 비교해 야간에도 높은 화질을 일관되게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OLED 수요는 더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자유를 얻게 되면서 차량은 엔터테인먼트와 업무 공간의 역할을 겸하게 되는데, OLED의 고화질, 풍부한 색재현력은 시승자 몰입감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OLED는 어두운 화면(블랙)을 표시할 때 픽셀을 완전히 꺼, 전력 소모가 적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자율주행차는 대부분 전기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전력효율이 중요한 요소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차량용 OLED 시장은 2024년 8억8천만 달러에서 2030년 48억6천만 달러까지 연평균 33%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차량용 OLED 브랜드 ‘드라이브(DRIVE)’를 출시하며, 차량용 OLED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스마트폰 중심의 중소형 OLED 시장을 넘어 미래 모빌리티로 OLED 영역으로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2024년 기준 삼성디스플레이의 차량용 OLED 매출 점유율은 55.2%로, 2위인 LG디스플레이(21%)를 크게 앞서고 있다.
이주형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지난 9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빌리티 전시회 ‘IAA 모빌리티 2025’에서 “슬라이더블, 벤더블, 롤러블 등 미래형 OLED가 안전주행 솔루션을 제공하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며 “자율 주행하는 자동차 안에서 디스플레이는 자동차와 사람을 연결하는 접점이자 디지털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 LG디스플레이의 차량용 스트레처블 OLED 디스플레이 솔루션. < LG디스플레이 >
특히 탠덤 기반의 OLED로 경쟁사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탠덤 구조는 발광층을 여러 개로 쌓아 올려 전체 밝기를 개선하거나 개별 소자의 수명을 개선하는 LG디스플레이만의 기술이다.
자유자재로 늘어나고, 구기거나 비틀어도 화면이 손상되지 않는 차량용 스트레처블 OLED 디스플레이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활용하면 차량 내부의 복잡한 곡면을 따라 일체화된 형태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전기차와 내연차 관계없이 채용되면서 대면적화가 가속화하고 있다”며 “고객 층이 기존 미국과 유럽에서 한국과 일본, 중국까지 넓어지면서 현재 차량용 OLED 매출은 3년 후 3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 OLED 디스플레이 공급망을 둘러싼 두 회사의 경쟁구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테슬라는 아직 차량용 OLED 적용에 신중한 모습인데, 테슬라 공급망에 먼저 진입하는 기업은 향후 자율주행용 OLED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테슬라의 핵심 디스플레이 협력사로, ‘모델3’와 ‘모델Y’에 대형 터치스크린 LCD를 공급해왔다. 이에 따라 테슬라가 LCD에서 OLED로 전환할 때 LG디스플레이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지난 8월 테슬라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에 OLED 패널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테슬라와 접점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 삼성전기 등 삼성그룹 전체가 테슬라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한창욱 유비리서치 부사장은 “소프트웨어정의차량(SDV)은 고해상도, 저전력, 멀티 디스플레이와 같은 성능을 요구하며, 실시간 데이터 제공과 사용자 경험 최적화를 요구한다”며 “따라서 이에 적합한 OLED 디스플레이 채용이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