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세계인터내셔날이 4인 대표 체제로 가동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기존 2인 대표 체제에서 4인 대표 체제로 바꿨는데, 패션·뷰티·라이프 각 부문에 전문성을 더해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승부수라는 평가다.
29일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대규모 인사 쇄신을 통해 실적 개선을 꾀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22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6128억 원, 영업이익 24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8%, 영업이익은 3.3%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에도 하락세가 이어졌다.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은 1조3086억 원, 영업이익은 268억 원을 냈다. 2023년보다 매출은 3.3%, 영업이익은 44.9%나 감소했다.
2023년 역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023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3543억 원, 영업이익 487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2022년보다 매출은 12.8%, 영업이익은 57.7% 쪼그라진 수치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그룹 차원의 쇄신 인사를 조기 단행했다. 기존 윌리엄 김·김홍극 2인 대표 체제를 마무리하고 패션, 코스메틱1, 코스메틱2, 자주를 각각 책임지게 하는 4인 대표 체제로 새롭게 조직을 꾸렸다.
새로운 체제의 중심에는 김덕주 신임 대표가 자리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해외패션과 뷰티 등에서의 폭넓은 이력을 바탕으로 패션을 비롯한 사업 전체를 총괄하게 됐다.
김덕주 대표는 유니레버, 마스, 샤넬 등 글로벌 기업을 거쳐 2017년 신세계에 합류했다. 이후 럭셔리 패션과 뷰티를 아우르는 주요 사업을 폭넓게 맡아왔다. 2023년부터는 해외패션본부를 이끌며 글로벌 네트워크와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직 개편의 핵심 목표가 패션·뷰티·라이프 각 분야의 전문성 강화라고 평가한다. 패션 부문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 김덕주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임 대표이사(왼쪽)과 서민성 코스메틱1부문 대표. <신세계인터내셔날>
뷰티 부문에는 처음으로 2인 대표 체제를 도입했다. 코스메틱1부문에 서민성 대표, 코스메틱2부문에 이승민 대표를 각각 선임했다. 기초와 색조 화장품을 나눠 브랜드별 역량을 집중하고, 부문별 전문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서민성 코스메틱1부문 대표는 LG생활건강 출신으로 2014년 7월 신세계그룹에 합류했다. 2018년에는 자체 화장품 브랜드 ‘연작’ 론칭을 주도했다. 연작은 현재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체 브랜드 가운데 가장 높은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며 핵심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서 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 레이블3 총괄과 함께 자회사 퍼셀의 대표도 겸임해왔다. 퍼셀은 신세계가 국내 대표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코스맥스와 손잡고 세운 화장품 전문 자회사다. 설립 3년 만인 2024년 매출 103억 원을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연작과 퍼셀 모두 기초 화장품에 강점을 지닌 브랜드다. 이러한 이력을 감안할 때 서 대표는 코스메틱1부문에서 스킨케어 중심의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이끌 인물로 평가된다.
한편 코스메틱2부문을 이끌게 된 이승민 대표는 1985년생으로 신세계인터내셔날 최초의 여성 최고경영자(CEO)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그동안 신세계인터내셔날 레이블4 총괄과 어뮤즈코리아 대표이사를 겸임해왔다.
이 대표가 이끄는 어뮤즈는 지난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지분 100%를 인수한 색조 화장품 브랜드다. 인수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뷰티 부문 내 ‘효자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 김홍극 신세계인터내셔날 자주부문 대표(왼쪽)과 이승민 코스메틱2부문 대표. <신세계인터내셔날>
어뮤즈는 1020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하는 대표적인 색조 브랜드다. 이 같은 브랜드 특성과 이승민 대표의 경력을 고려하면, 코스메틱2부문은 색조 중심의 차별화 전략과 소비자 접점 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자주(라이프스타일) 부문은 기존 뷰티&라이프 대표였던 김홍극 대표가 맡는다.
김 대표는 신세계까사 대표를 지낸 이력이 있는 만큼 생활용품·리빙 분야에 정통한 인물로 꼽힌다. 앞으로는 펫용품, 생활잡화, 홈인테리어 등 신성장 카테고리 강화를 통해 자주의 브랜드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뷰티 부문에 대한 투자 비중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력 사업이던 패션 부문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수익성과 성장성이 높은 뷰티로 무게 중심을 분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번 인사 개편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동안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뷰티와 라이프스타일 부문을 통합해 김홍극 대표가 함께 총괄해왔다.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는 화장품 부문만 별도로 떼어내 두 명의 신임 대표를 선임했다. 뷰티 부문을 핵심 포트폴리오로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인사라는 평가다.
실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뷰티 부문의 매출 비중은 매년 확대되고 있다. 2022년 28.0%에서 2023년 31.7%, 2024년 33.2%로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37.3%를 기록하며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앞으로 패션 부문에서는 본업 경쟁력 강화, 브랜드 효율화, 성장성 높은 수입 브랜드 국내 도입을 통해 사업 효율성을 높여나갈 것”이라며 “뷰티 부문에서는 연작, 비디비치 등 자사 브랜드의 글로벌 확장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