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피알 화장품 넘어서 바이오 도전장, 김병훈 뷰티업계 먹이사슬 점령하나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가 바이오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K뷰티 시가총액 1위인 에이피알이 판을 키우고 나섰다. 화장품과 미용기기로 다진 성장세를 발판 삼아 바이오사업에 도전장을 내밀며 항노화 산업 전반을 겨냥하면서다.

에이피알은 이번 신사업 확장으로 화장품부터 시술까지 연결하는 ‘풀라인업’을 갖추며 뷰티와 헬스케어 전 영역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산업 전반의 ‘먹이사슬’을 장악하려는 행보라는 해석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23일 에이피알의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화장품에서 바이오까지 외연을 점점 넓혀가고 있다.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이사는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아마존 뷰티 인 서울’ 행사에서 “5~10년 내 글로벌 안티에이징 1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며 “화장품을 넘어 미용기기로 확장한 것처럼 바이오사업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피알이 점찍은 새로운 성장 동력은 조직 재생 물질 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티드(PDRN)·폴리뉴클리오티드(PN) 기반 스킨부스터다. 스킨부스터는 피부에 영양성분을 직접 주입하는 시술 또는 제품이다. 물광주사, 리쥬란힐러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핵심 원료인 PDRN과 PN은 연어나 송어의 정액이나 정소에서 유전자 조각을 추출해 만드는 물질이다. 뛰어난 재생·항염 효과로 초기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다가 현재는 미용 목적으로 더 넓게 사용되고 있다. 

김병훈 대표는 이미 이전부터 바이오사업 확장의 포석을 깔아왔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경기 평택에 제3캠퍼스를 준공하며 바이오·헬스케어 신사업의 전초기지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PDRN·PN 원료 생산체계를 갖춘 뒤 의료기기 품목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최근에는 ‘맥스트리’ 상표를 출원하며 의료기기 라인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등록 범위에는 의료기기, 고주파 피부미용기, LED광 기반 피부개선기, 전기자극 피부미용기, 미용 마사지 장치 등이 포함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해당 장비가 다양한 기능을 결합한 복합 미용 의료기기로 발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이피알 대표 미용기기 ‘부스터프로’가 제공해온 광채, 탄력, 볼륨, 모공 관리 기능을 한층 전문적이고 고도화된 형태로 구현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의 행보가 사실상 파마리서치와의 정면승부를 예고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파마리서치는 2014년 ‘리쥬란’을 출시하며 스킨부스터(피부) 시장의 대중화를 이끌어왔다. 이후 화장품과 미용기기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매출 구조 역시 의료기기 비중이 60%에 이를 만큼 스킨부스터 중심으로 짜여 있다.

에이피알도 원료 내재화에 성공하며 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다. 

화장품-미용기기-의료기기를 아우르는 통합 구조를 구축한 데 이어, 새 브랜드까지 출원하며 본격 진입 신호를 보냈다. 두 회사 모두 항노화 전 영역을 포괄하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만큼 스킨부스터를 축으로 한 주도권 다툼이 이뤄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에이피알 화장품 넘어서 바이오 도전장, 김병훈 뷰티업계 먹이사슬 점령하나

▲ 에이피알팩토리 평택 제3캠퍼스 조감도. <에이피알>


시장 전망도 밝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10조5444억 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8.8%에 이른다. 고령화와 외모·건강관리 수요 확대가 맞물리며 항노화 시장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킨부스터와 의료용 미용기기는 2027년에서 2028년 사이 상용화가 이뤄질 예정”이라며 “중장기 성장 동력을 보유한 만큼 비중 확대가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김병훈 대표가 뷰티업계 ‘먹이사슬’을 모두 장악하려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소비자가 집에서 바르는 화장품부터 병원에서 받는 시술까지 전 과정을 모두 아우르려 한다는 것이다.

에이피알은 현재 화장품, 미용기기, 스킨부스터, 의료기기를 모두 포괄하며 항노화 전 영역을 포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화장품과 미용기기로 입문한 고객을 의료기기·시술로 확장시키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된다면, K뷰티를 넘어 글로벌 항노화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매출 구조도 이러한 그림을 뒷받침한다.

2024년 기준 에이피알의 사업부문별 매출 비중은 화장품 46.8%, 미용기기 43.3%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 화장품과 미용기기를 함께 소비하는 충성 고객층이 두텁다는 의미다. 여기에 의료기기 사업까지 더해진다면 기존 고객들을 자연스럽게 끌어올 가능성이 크다.

다만 에이피알의 신사업 진출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의견도 있다.

에이피알의 전체 매출에서 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2023년 40.9%였던 화장품 매출 비중은 2024년 46.8%로 상승했고 올해 상반기 66.0%까지 치솟았다.

반면 미용기기는 40%대를 유지하다가 올 상반기에는 30% 초반대로 내려앉았다. 교체주기가 긴 특성 탓에 성장 속도가 상대적으로 둔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근 경쟁사들이 잇따라 가성비를 앞세운 미용기기를 출시하면서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의 필요성을 절감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최근 스킨케어와 항노화의 경우 기존 화장품과 의료기기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며 “메디큐브 브랜드 안에서 소비자들에게 피부관리를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화장품과 의료기기를 아우르는 다양한 제품 및 서비스를 선보이려 한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