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실적 감소와 맞물린 한진칼 지분 인수, 김상열 '항공업 진출' 속내가 궁금하다

김상열 호반그룹 창업주(호반장학재단 이사장 겸 서울신문 회장)에게는 '항공업 진출'이란 오랜 꿈이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김상열 호반그룹 창업주(호반장학재단 이사장 겸 서울신문 회장)는 오랜 기간 항공업 진출의 꿈을 꿔왔다.

그 꿈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은 2015년 아시아나항공 모기업인 금호산업 인수전에서였다. 당시 호반그룹은 6007억 원을 제시하며 단독 입찰했으나 채권단의 요구 사항을 맞추지 못해 최종 불발됐다.

호반그룹이 2022년 처음 한진칼 지분을 사들인 이후 올해 4월까지 꾸준히 한진칼 주식을 매입한 배경에는 김 회장의 오랜 꿈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호반그룹이 2022년 한진칼 지분은 처음 사들였을 때 17.43%(호반건설 17.35%, 호반 0.08%)였던 지분은 올해 4월까지 18.46%(호반건설 11.50%, 호반 0.15%, 호반호텔앤리조트 6.81%)로 1.03%포인트 증가했다.

호반그룹은 한진칼 주식 추가 취득 목적이 “단순 투자”에 있다고 밝혔지만 재계에서는 다른 평가도 나온다. 한진칼의 2대 주주인 호반그룹이 한진칼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런 시각의 근거는 한진그룹 오너 일가와 호반그룹의 지분 차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20.02%)과 호반그룹 지분(18.46%)의 격차는 1.56%포인트에 불과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호반그룹이 경영권 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델타항공(14.90%)과 한국산업은행(10.58%)측이 조원태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들의 지분과 조원태 회장 측 지분을 합치면 호반그룹 지분과의 격차는 27.04%포인트로 크게 벌어진다.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호반그룹에 승산이 없는 싸움인 셈이다.

◆ 한진칼 지분 매입 시점부터 핵심 계열사 호반건설 수익성 지표 악화

한진칼 주식 매입으로 호반그룹에는 7천억 원 이상의 지출이 발생했다. 2022년 약 5천억 원, 2023년 약 2천억 원의 자금 투입이 있었고 2024년부터 올해 4월까지도 480억 원 가량이 투입됐다.

문제는 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시점과 호반그룹의 핵심 계열사 호반건설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시점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호반건설은 2024년 자산총액 기준으로 호반그룹에서 가장 비중이 큰 계열사로 호반그룹의 전체 수익성을 이끌고 있다.

최근 3년간 호반건설 매출은 2022년 연결기준 3조2071억 원에서 2023년 2조6910억 원, 2024년 2조3706억 원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18.6%에서 14.9%, 11.5%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한진칼을 향한 김상열 회장의 의지가 호반그룹의 근본 사업 경쟁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한동안 뜸한 도시정비 수주로 올해까지 매출 감소 이어질 전망 

호반건설의 도시정비 수주액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급감했다. 2021년 서울 동작구에서 두 건을 수주해 2300억 원이었던 도시정비 수주액은 2022년 830억 원으로 64%가량 감소했다. 2023년에는 도시정비 수주가 한 건도 없었다. 2024년에는 1790억 원 규모 1건을 수주했을 뿐이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이 기간 도시정비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것에 대해 “자체사업에 집중해 안정적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호반건설 매출은 올해까지 축소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신용평가는 호반건설 보고서에서 “2025년에는 단기적 매출 위축이 예상된다”며 “과거 4조 원 이상을 유지한 기착공 수주잔고가 2024년 말 기준 3조 원 수준으로 감소했고, 진행 중인 자체분양사업장(수주잔고 1조1천억 원)의 상당부분이 2026년 준공 및 입주 이후에 인도기준으로 수익을 인식하는 현장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장남 승계 위한 사법 리스크가 호반건설 수주 성과 흔들었나 

한편으로 호반건설이 한동안 도시정비 수주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이유로 김상열 창업주의 장남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사장의 승계 문제도 지적된다.

일반적으로 대형 건설사 같은 경우 오너의 사법 리스크가 수주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수주 과정에서 건설사 신뢰도가 조합의 평가나 금융 조달 과정에도 반영되기 때문이다. 한동안 삼성물산이 도시정비사업에 뜸했던 것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불거진 시점과 얽혀 있었던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중견 건설사인 호반건설 또한 도시정비 수주가 감소한 시기와 오너 리스크가 불거진 시기가 맞물린다. 수주 감소가 본격화된 2021년은 공정거래위원회가 호반건설의 위장 계열사 혐의에 대해 처음 조사에 나선 시점이기도 하다.

조사를 마친 공정위는 2023년 6월 호반건설에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과징금 608억 원을 부과했다. 호반건설은 소송을 제기해 과징금의 60%가량인 365억 원에 대해 취소 판결을 받았지만 다시 대법원에 상고해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공정위의 문제제기를 정리하면 호반건설이 위장 계열사를 동원해 ‘벌떼 입찰’에 나서 공공택지 분양 입찰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얻은 수익은 장남 김대헌 사장과 차남 김민성 호반산업 전무가 소유한 호반그룹 자회사의 수익을 부풀리는 데 이용됐다.

◆ 올해 들어 서울 중심으로 도시정비 수주 성과 보여

다만 올해부터 호반건설이 도시정비 수주에 다시 본격적으로 나설 조짐이 보인다.

호반건설은 5월 6600억 원(호반건설 2622억 원) 규모의 서울 양천구 ‘신월7동2구역 공공재개발 사업’을 한화건설과 함께 수주한 것을 시작으로, 6월 908억 원 규모 서울 광진구 ‘자양1-4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했다.

8월에는 2059억 원 규모의 서울 관악구 ‘미성동 건영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을, 1336억 원 규모 서울 양천구 ‘신월1동 144-20번지 일원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잇달아 수주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연이은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점진적으로 전환하며 구조적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도시정비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업 역량을 더욱 고도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주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