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온실가스 배출 규제 철회가 전기차 전환 앞당길 수도, "완성차기업 투자 여력 늘어" 

▲ 미국 켄터키주 루이스빌에 위치한 포드 완성차 공장에서 11일 작업자가 조립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추진하는 온실가스 배출 규제 철회가 오히려 전기차 전환을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내연기관차를 제조하는 완성차 기업이 배출권을 살 필요가 사라져 전기차에 투자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26일(현지시각)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 정책으로 미국 완성차 기업이 전기차 개발에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떠오른다. 

포드와 GM 등 미국 완성차 기업은 그동안 테슬라를 비롯한 전기차 기업에게 탄소 배출권을 구매해 와야 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2009년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온실가스가 위해하다는 판단을 내려 내연기관차에서 배출하는 배기가스에 상응하는 배출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트럼프 정부 들어 환경보호청이 해당 규제를 철회해 완성차 기업은 배출권 구매에 들이던 돈을 전기차와 같은 기술 개발로 돌릴 수 있게 됐다. 

앞서 리 젤딘 환경보호청장은 7월29일 인디애나주의 한 자동차 판매점에서 ‘온실가스는 공중 보건에 위협이 된다’는 내용의 위해성 판단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포드가 올해 구매하려 했던 탄소배출권 가운데 15억 달러(약 2조1천억 원)어치는 불필요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배출권 관련 규제 완화로 내년에는 20억 달러(약 2조8천억 원) 이상을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드와 GM, 스텔란티스 등 미국 내 완성차 기업 대부분은 그동안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췄다. 

전기차 수요가 예상에 미치지 못하고 트럼프 정부가 세액공제를 비롯한 전기차 구매 지원금을 조기에 끊기로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트럼프 정부가 화석연료 중심 기조를 보여 수익성이 높은 내연기관차에 집중하는 게 나을 수 있다.

그러나 전기차 수요가 느리지만 꾸준히 증가한다면 완성차 기업이 탄소배출권 비용과 내연기관차 판매 수익을 전기차 개발에 투자할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이코노미스트는 “내연기관차 판매 수익으로 완성차 기업은 전기차 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전기차에 우호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