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소주 1위' 진로에 뺏긴 대선주조, 조우현 ESG경영 강화로 자존심 회복 절치부심

▲ 조우현 대선주조 대표이사(오른쪽)가 2025년 8월18일 부산시청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에게 지역 축제 발전 후원금 5억 원을 전달하고 있다. <부산시>

[비즈니스포스트] 부산 소주의 자존심 ‘대선’이 2025년 상반기에 부산지역 점유율 2위로 밀려났다. 

업계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대선주조의 부산 소주 시장 점유율은 30%로 하이트진로(38%)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하이트진로가 대선주조를 역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4년 점유율은 대선주조가 40%, 하이트진로가 35%였다. 

대선주조는 2010년대 후반 부산 점유율이 60%대에 달했으나 이후 대기업의 마케팅 공세를 이기지 못하고 지속해서 점유율을 잃었다. 

부산은 2024년 현재 지역 소주업체가 점유율 1위를 지킨 유일한 지역이었다. 대전·충남의 선양, 대구·경북의 금복주, 경남의 무학, 제주도의 한라산, 호남의 보해 등은 이미 하이트진로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이에 따라 하이트진로는 전국 모든 지역에서 1위를 차지하게 됐다. 전국 점유율은 60%가 넘는다. 

이 때문에 1996년 폐지된 ‘1도 1사 자도주보호법’과 같은 지역 업체 보호규정이 다시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1976년 신설된 자도주보호법은 1개 시도별로 1개 업체만 소주를 생산하고 생산량의 50%를 해당 시·도에서 소비하도록 해 점유율을 보장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다만 자도주보호법이 자유경쟁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폐지된 것인 만큼 법규로써 지역 소주업체를 보호하는 직접 규제 방식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역 술에 대한 마케팅과 R&D 지원, 세금 감면, 공공 조달 지역업체 우대 등 간접적인 육성 정책만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 ESG경영 강화로 1위 회복하려는 대선주조

대선주조는 ESG경영 강화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부산 1위를 탈환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의 공세가 강력한 만큼 대선의 1위 탈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회사 쪽은 지역주민의 신뢰 회복을 통해 점유율 상승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대선주조 관계자는 씨저널과 통화에서 “대선주조는 95년간 꾸준히 지역사회와 함께해 왔다”면서 “지역상생에 더 힘쓰고 제품의 가치를 높인다면 부산 소주 시장 1위를 다시 탈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략은 대선주조의 모기업인 BN그룹 오너 2세이자 대선주조 대표이사인 조우현 대표가 주도하고 있다. 

마케팅 비용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대기업에 맞서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조 대표의 판단이다.

조 대표는 대선주조의 모기업인 BN그룹 창업주인 조성제 회장의 아들이다.

1976년 부산에서 태어나 중앙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BN그룹 자회사 BIP(옛 부일산업)에 입사했다. 그룹 계열사를 두루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아오다 2014년 비엔케미칼 대표를 거쳐 2016년 대선주조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먼저 대선주조는 부산 지역축제인 부산국제록페스티벌, 부산불꽃축제 등을 20년 동안 후원하고 있다. 지난 8월18일에도 부산시에 지역축제 발전 후원금 5억 원을 전달했다. 부산시는 대선주조의 홍보를 지원한다. 

또한 대선주조는 2005년 부산 최초로 설립한 민간 공익재단인 대선공익재단을 통해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06년부터는 해마다 부산·울산·경남의 사회복지사들에게 ‘대선사회복지사 상’을 수여하고 있다. 

고교 야구 최고 투수에게 주는 ‘고교 최동원상’도 2018년 신설 때부터 후원하고 있다.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2월에는 방역용·의료용 알코올 품귀 현상이 발생하자 국세청에서 주류제조용 원료에 대한 용도변경 허가를 받은 후 방역용 알코올 원료를 지방자치단체와 의료기관에 기부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3월19일 제52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대선주조는 대표 제품인 대선과 C1(시원) 소주를 리뉴얼해 젊은 층 입맛을 공략하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 대선주조와 BN그룹 역사

대선주조는 창사 95주년을 맞은 부산 지역의 향토기업이다. 1930년 범일동에서 창업했는데, 당시 일본인이 경영하던 업체인 ‘대일본양조’에 대응해 ‘대조선의 술을 만들자’는 뜻을 담아 대(大)와 선(鮮)을 합성해 대선양조라는 상호로 시작했다고 한다. 

1965년 양곡관리법 개정으로 쌀로 소주를 만드는 게 금지되자 25도 희석식소주 ‘대선’을 생산했다. 1982년부터 선(鮮) 시리즈를 내놓다가 1996년 주류업계 최초로 아스파라긴을 첨가한 23도 소주 ‘C1’을 출시해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다가 2004년 푸르밀(당시 롯데햄·롯데우유)에 인수됐다. 푸르밀은 향토기업 마케팅을 펼치다가 2008년 돌연 사모펀드인 코너스톤 애퀴티파트너스에 회사를 매각했다. 

이는 푸르밀과 롯데가 부산시민으로부터 큰 비난을 받는 이른바 ‘부산 먹튀 사건’으로 회자된다. 이 일로 90%대에 이르던 대선주조의 부산 점유율은 20%대까지 폭락했다. 한때 경쟁사인 무학에게 부산지역 1위를 내주기도 했다. 

대선주조는 2011년 부산 지역 중견기업인 BN그룹에 다시 인수됐다. 2014년 C1블루를, 2017년 16.9도 저도 소주인 대선을 각각 출시했고, 부산지역 점유율을 60%대까지 회복하게 된다. 

BN그룹은 조성제 회장이 1978년 설립한 BIP(옛 부일산업)을 모체로 하는 부산지역 중견기업이다. 대선주조를 비롯해, 조선기자재, 컬러강판, 친환경페인트, IT, 물류, 벤처캐피탈 등의 사업을 하는 13개 계열사로 구성돼 있다. 

대선주조는 BN그룹의 계열사들인 비엔스틸라(50.10%), BIP(27.56%), 바이펙스(12.53%), 코스모(9.76%) 등이 대부분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이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