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스마트글라스 경쟁에 '판정승' 평가, 삼성전자 진출 앞두고 장벽 높여

▲ 메타의 스마트글라스가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으며 경쟁사들에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다. 메타 레이밴 스마트글라스 홍보용 사진.

[비즈니스포스트] 안경 형태 웨어러블 기기인 스마트글라스 시장에서 메타가 애플과 구글 등 경쟁사를 앞서나가며 사실상 승리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도 확장현실 기기 및 스마트글라스 사업 진출을 앞두고 있는데 메타의 높은 진입 장벽을 넘고 새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IT 전문지 와이어드는 26일 “메타는 이미 스마트글라스 경쟁에서 승리했다”며 “강력한 진입 장벽을 구축해 구글과 애플을 뒤처지도록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메타는 세계 최대 안경업체 에실로룩소티카 산하 ‘레이밴’ 브랜드와 협업해 제작한 스마트글라스로 약 2년만에 큰 성공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3년 말 이후 누적 판매량은 200만 대를 넘었고 올해도 출하량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연말까지 누적 판매 500만 대 목표를 세웠다.

초반 유행에 그치고 잠잠해진 가상현실(VR) 시장과 달리 인공지능이나 증강현실(AR) 기술을 주로 활용하는 스마트글라스 시장은 더 뚜렷한 성장성을 주목받고 있는 셈이다.

와이어드는 메타의 성공 비결이 레이밴 이외에도 오클리 등 유명 안경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에실로룩소티카와 협업에 있다는 평가를 전했다.

메타는 35억 달러(약 4조9천억 원)를 투자해 에실로룩소티카 지분 3%가량을 인수했다. 향후 지분율을 5%까지 높이는 방안도 검토하며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에실로룩소티카는 메타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오프라인 유통망 부재를 만회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로 평가받는다. 전 세계에 폭넓은 판매망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안경 형태 스마트글라스와 같이 소비자가 직접 착용하고 디자인을 고르는 일이 중요한 제품에서 이러한 유통망 확보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와이어드는 “메타는 세계 최대 안경 제조사이자 다양한 브랜드, 판매망을 모두 갖춘 에실로룩소티카와 협력해 시장을 넓히고 진입 장벽을 높이는 효과를 동시에 보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구글, 애플은 현재 스마트글라스 시장에 메타의 최대 경쟁사로 꼽힌다. 이들 기업이 모두 자체 제품을 상용화해 본격적으로 출시할 채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구글 및 퀄컴과 협력한 확장현실 글라스 ‘프로젝트 무한’을 이르면 10월 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에는 스마트글라스 제품 출시도 추진하고 있다.
 
메타 스마트글라스 경쟁에 '판정승' 평가, 삼성전자 진출 앞두고 장벽 높여

▲ 삼성전자와 협력하는 퀄컴의 초기 스마트글라스용 프로세서 홍보용 이미지.

와이어드는 “구글은 과거 ‘구글 글라스’가 실패한 뒤 웨어러블 기기 전략을 조용히 재정비해왔다”며 “삼성전자 및 퀄컴과 협력해 새로운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도 확장현실 기기 ‘비전프로’의 초반 실패를 교훈삼아 스마트글라스 형태의 기기를 수 년 안에 선보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모두 스마트폰 이후 시대를 대비해 시장에 폭넓게 대중화될 잠재력이 있는 분야에서 새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WW디바이스트래커는 와이어드에 “애플과 구글 등 기업은 메타의 스마트글라스 성공에 힘입어 더 수월하게 진입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소비자 수요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메타가 선제적 시장 진출로 증명한 만큼 삼성전자와 같은 후발주자 기업도 스마트글라스를 선보이는 데 자신감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메타의 이른 성공은 경쟁사들이 진입하기 전 격차를 벌려 장벽을 높이는 효과도 내고 있다.

와이어드는 “스마트글라스 경쟁에서 승리는 스마트폰 이후 플랫폼을 누가 장악하느냐의 문제”라며 이를 선점하려면 인공지능 및 하드웨어 기술과 영향력을 모두 갖춰야 한다”고 전했다.

결국 삼성전자와 구글, 애플 등 기업이 성공을 거두려면 메타를 능가할 수 있는 기술력이나 활용성, 디자인 경쟁력 등을 확실하게 증명해야만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스냅과 중국 샤오미, 화웨이 등 기업도 잇따라 스마트글라스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메타는 스마트글라스 이후 제품으로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증강현실(AR) 및 확장현실 글라스 형태의 기기를 선보이는 계획도 두고 있다. 이미 시제품도 공개됐다.

결국 차세대 스마트글라스와 확장현실 기기 시장에서 경계가 불분명해지며 삼성전자와 구글, 메타와 애플 등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웨어러블 제품에서 확장현실 헤드셋을 비롯한 혁신 제품을 출시해 갤럭시 브랜드 생태계를 확장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