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민기식 SK쉴더스 대표가 취임 직후부터 쉽지 않은 경영 시험대에 섰다.

경쟁사와 비교해 부진한 실적을 거둔 데 더해 현장 근로자 사망 사고로 인한 노동조합과 갈등이 겹치면서 경영 안정화 능력이 본격적으로 검증대에 오른 것이다.
 
SK쉴더스 상반기 일회성 비용 등으로 실적 약세, 반등 열쇠는 해외시장 개척

민기식 SK쉴더스 대표가 올해 상반기 경쟁사 대비 부진한 실적과 노조 갈등이라는 이중고를 맞고 있다. < SK쉴더스 >


민 대표가 내놓을 성장 전략과 노조와의 갈등 해소 방안이 SK쉴더스의 하반기 실적 방향성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국내 주요 보안회사 SK쉴더스, 에스원, KT텔레캅의 2025년 상반기 실적을 보면 SK쉴더스는 경쟁사 대비 다소 뒤처진 성적표를 받았다.

SK쉴더스는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1조492억 원, 영업이익 542억 원, 순이익 340억 원을 각각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은 9.0%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2.1% 줄고, 순이익은 무려 40.5% 급감했다.

반면 경쟁사들은 나란히 성장세를 보였다. 에스원은 매출 1조4067억 원, 영업이익 1166억 원, 순이익 941억 원을 올리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3.5%, 영업이익은 15.3%, 순이익은 12.1% 각각 늘었다. 

KT텔레캅도 매출 2937억 원, 영업이익 180억 원, 순이익 113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각각 매출은 11.9%, 영업이익은 83.6%, 순이익은 91.5% 증가했다.

SK쉴더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상반기 영업이익 감소는 회사 성장을 위한 사업별 성장 계획 수립과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 등 일회성 비용이 일시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며 “일회성 비용을 제거할 경우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약 9.5% 증가했다”고 말했다.

다만 민 대표가 6월 말 SK쉴더스 대표에 취임한 점을 고려하면 상반기 실적을 온전히 그의 책임으로 돌리기는 어렵지만, 실적 반등을 위한 구체적 전략을 내놓아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민 대표는 과거 DGB생명 대표 시절에도 체질 개선을 통해 회사를 흑자로 전환시킨 경험이 있다. 

DGB생명은 2018년 말 29억 원의 순손실을 냈지만, 2019년 민 대표 취임 이후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던 전속설계사 수를 절반 이상 줄이며 대대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같은 해 87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회사 관계자는 “하반기에 상품 다각화, 사업 성장 가속화를 통해 안정적 이익 구조를 유지하도록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실적에서 해외 시장 성과가 여전히 부진하게 나타난 점도 민 대표가 풀어야 할 또 다른 과제로 꼽힌다.

상반기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4%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의 5.0%와 비교하면 오히려 0.6%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최대주주인 EQT파트너스가 강조해온 해외 진출 전략과도 거리가 있는 결과로 볼 수 있다. 

EQT파트너스는 해외 시장 확대를 통한 외형 성장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민 대표가 선임된 배경에도 KB라이프생명 부회장 시절 해외 진출을 추진한 경험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SK쉴더스 상반기 일회성 비용 등으로 실적 약세, 반등 열쇠는 해외시장 개척

민기식 SK쉴더스 대표가 내놓을 성장 전략과 노조와의 갈등 해소 방안은 하반기 실적 방향성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SK쉴더스 >


민 대표가 직면한 또 다른 부담은 노조와의 갈등이다. 

회사는 5월 말 권고사직 거절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역량 향상 교육'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진행해 논란을 불렀다.

이어 6월에는 현장 직원들이 사다리차 작업 중 추락하거나 과로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노조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조와 연대해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 시행을 요구하면서 문제가 장기화할 경우 9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민 대표는 갈등 해소를 위해 최근 권고사직 대상자에 대한 조치를 철회하고 기존 업무에 복귀시켰고, 중대재해 사고와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와 현재 대화를 이어가고 있으며, 역량 교육과 관련해 인사 상 불이익은 없었다”며 “현장 구성원까지 포함한 안전 TF를 꾸려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