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의 뒤집어보기] '체신 마피아'가 개인정보보호위를 '과기정통부 2중대'로 만들고 있다?](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5/20250502142308_101117.jpg)
▲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제재 과징금 규모를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무엇보다 개인정보보호위 내부에서 SK텔레콤 쪽 행태를 "개인정보보호위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중대' 취급하는 행위"로 간주하는 강경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년 전 LG유플러스 가입자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 산정 건부터 되짚어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들린다.
느닷없이 '체신마피아'가 소환되고, 과기정통부 출신 조사국장과 차기 개인정보보호위원장 후보에게 불똥이 튀는 모습도 보여지고 있다.
대형 법무법인과 통신사 등에 널리 포진된 과기정통부.방송통신위원회 고위 공무원 출신들이 '보이지 않는 작업' 통로 구실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쏟아진다. 개인정보보호위 출범 때부터 조사국장 자리를 과기정통부 출신이 돌아가며 맡는 구조를 끊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개인정보보호위 내부 사정에 밝은 전직 개인정보보호위 직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만나 "차기 개인정보보호위원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송경희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장도 과기정통부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조사국장에 더해 위원장까지 과기정통부 출신이 임명되면 체신마피아를 통로로 한 통신사들의 방자한 행태가 더욱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체신마피아란 옛 체신고와 체신부(지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출신 카르텔을 가리킨다.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위, 통신업계, 대형 법무법인 등에 포진해 공생 관계를 유지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형 법무법인 소속 과기정통부 출신 전직 고위 공무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조사국장 한명 정도로 체신마피아까지 소환하는 것은 과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위원장까지 과기정통부 출신이 임명되면 개인정보보호위 내부에서 우려가 제기될 법도 하다"며 "다만, SK텔레콤 과징금 건으로 개인정보보호위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위원장과 부위원장 교체 시기가 겹치며, 부처 간 물밑 자리다툼 가능성도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19일 개인정보보호위, 대형 법무법인, 통신사 관계자들의 취재를 종합하면, SK텔레콤 쪽이 가입자 개인정보 유출 건에 대한 개인정보보호위 과징금을 300억~400억 원대로 낮추려고 한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그동안 개인정보보호위는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을 1200억 원 안팎으로 산정 중인 것으로 알려지며 일부 위원들이 '위원들도 접해보지 못한 수치가 어떻게 언론에 보도되기까지 하느냐'고 개인정보보호위에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SK텔레콤 쪽은 "법대로" "이미 엄청난 (가입자) 피해가 발생했다" 등 강경 발언을 쏟아내온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 체제에서는 3자리(1천억 원 미만)로 낮추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조사 결과 확정 및 과징금 제재 안건 전원회의 상정 일정을 고 위원장 퇴임 뒤로 미루는 시도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개인정보보호위 안팎에선 고 위원장 임기 중에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건에 대한 제재를 마친다는 기류에 따라 8월 말쯤 전원회의 상정을 전망해왔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3자리로 낮추는 것에서 한발 더 나가 '사상 최대 과징금' 전제가 유지되는 최저 수준을 목표로 잡은 것 같다"며 "과징금이 2천억 원을 넘으면 유영상 사장과 관련 임직원들이 다 물러나고, 1천억 원대에서 마무리돼도 유 사장은 경질되지만, 3자리 전반대로 낮춰지만 다 살 수 있다는 얘기가 퍼진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2년 전 LG유플러스 사례를 SK텔레콤이 참고하는 것 같다"며 "앞서 유영상 사장이 고 위원장을 만난 것도 법무법인 쪽이 LG유플러스 쪽의 조언을 받아 추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체신 마피아'가 개인정보보호위를 '과기정통부 2중대'로 만들고 있다?](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8/20250806164556_95961.jpg)
▲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을 마음대로 정해 낮추는 게 가능할까.
"무리하면 가능하기는 하다"고 개인정보보호위 출신들은 말한다. 과징금 산정 기준(관련 매출)을 최소화한 뒤 4단계로 돼 있는 사안의 중대 정도를 낮추고, 이어진 절차에서 가중 비율은 최소화하면서 감경 요인은 다양하게 만들어 최대 비율로 적용하는 것으로 가능할 수 있다고 한다.
대신 개인정보보호위는 특혜 논란에 휩싸이고, 정보보호 투자 촉진을 통한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태 재발 억지력 효과는 떨어질 수 있단다.
SK텔레콤은 과기정통부 민관합동조사단의 해킹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신뢰회복 프로그램'이란 이름으로 과징금 감경 요인으로 활용될 수 있는 조처들을 다양하게 쏟아냈다. 앞으로 5년 동안 총 7천억 원을 들여 통신망 보안을 강화하겠다고 밝혔고, 8월치 요금 50% 감면과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간 다달이 50GB 분량의 데이터 추가 제공 등을 통해 가입자들에게 5천억 원 상당을 환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SK텔레콤은 또 이재명 정부의 국가 AI 마중물 펀드 투자에 앞장서고, 뒤늦게 개인정보보호위의 개인정보 유출 통지 명령도 이행했다. 번호이동 중도 해지자에 대한 위약금도 면제했다.
한 통신사 CR실 팀장은 "개인정보 유출 통지 등 저걸 뒤늦게 왜 하나 싶은 것까지도 이행하고, 위약금 면제 조처와 데이터 추가 제공 프로그램을 두고는 정치권과 언론에서 금액이 엄청 뻥튀기됐다는 지적이 잇따르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반복해 강조하고 있다"며 "업계에선 개인정보보호위에 들이밀 과징금 감경 요인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개인정보보호위 출신 전직 공무원은 "개인정보보호위는 여러 부처 조직과 인력이 합쳐져 출범했고, 아직 완전한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다. 위나 밖으로부터 부당한 요구나 보이지 않는 압박을 받았을 때, 순순히 수용하지도 않지만 크게 반발하지도 않는 분위기"라고 개인정보보호위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보이지 않는 손'이 필요할텐데, 어떤 통로가 있을까.
이 대목에서 체신마피아가 소환된다. 대형 법무법인과 통신사마다 과기정통부·방송통신위원회 고위 관료 출신들이 대거 포진돼 있고, 개인정보보호위 조사국장도 과기정통부 출신이 돌아가며 맡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삼는다.
실제로 5대 법무법인은 물론 그보다 규모가 적은 법무법인에도 과기정통부·방통위 고위 관료 출신들이 즐비하다. SK텔레콤의 의뢰를 받아 개인정보보호위 과징금 산정에 대응 중인 법무법인 광장과 법무법인 세종에도 과기정통부 차관·실장·국장과 방통위 국·과장 출신들이 서너명씩 영입돼 있다.
같은 맥락에서 LG유플러스 개인정보 유출 건도 재소환된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전직 개인정보보호위 간부는 "당시 실무자들은 180억 원대를 적정 수준으로 제시했으나 실제로는 68억 원 부과에 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압박에 밀려 180억 원대와 60억 원대 두가지 안을 준비했다는 얘기가 돌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에는 통신사 제재가 처음이고 당시에는 그나마도 사상 최대 과징금이라 그러려니 했는데, 이번에 SK텔레콤도 뭉텅 깎으려고 시도한다고 하면서 뭔가 있는 거 아니냐는 의심이 퍼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조사국장 등 고위 직책을 과기정통부와 행정안전부 등 특정 부처 몫으로 간주하는 분위기를 쇄신해야 지적이 나온다.
조사국장은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조사와 과징금 산정 업무 등을 총괄 지휘하는 자리다. 과기정통부 출신이 조사국장으로 왔다가 1~2년 뒤 돌아가거나 다른 자리로 옮기고 그 자리에 다시 과기정통부 출신이 오는 인사가 반복되고 있다.
전직 개인정보보호위 간부는 "조사국장 쪽에서는 다시 돌아가야 하는 과기정통부 쪽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대형 법무법인에서 일하는 과기정통부 출신들이 조사국장의 이런 처지를 살펴주며 로비와 압박을 하는 건 아닌지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체신 마피아'가 개인정보보호위를 '과기정통부 2중대'로 만들고 있다?](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7/20250704164524_95617.jpg)
▲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비즈니스포스트>
개인정보보호위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위를 담당하는 기업 담당자들로부터 '윗분도 곧 돌아가야 할텐데 뭘 자꾸 일을 벌이느냐'는 소리를 듣고, 내부에서도 같은 얘기를 듣는 경우도 있다. 과기정통부는 산업 진흥에 주력하는 부처이고, 개인정보보호위는 규제 기관인데, 이런 식으로 엮이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송경희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장의 차기 개인정보보호위원장 임명 가능성에 불편한 표정을 짓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과기정통부 출신들의 개인정보보호위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 통신사들을 더 기고만장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차기 개인정보보호위원장 후보로는 송경희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장과 최경진 가천대 교수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 쪽이 과징금 제재 일정을 고 위원장 퇴임 이후로 미루는 시도에 나선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개인정보보호위 관계자들은 짚는다. 송경희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장 쪽에서 보면 엉뚱하게 불똥을 맞는 꼴일 수도 있으나, 개인정보보호위 쪽에서는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고 전한다.
최대 5천억 원 얘기까지 나오던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이 1200억원 안팎까지 쪼그라든데 이어 다시 300억~400억 원대로 줄면 사회적으로 논란꺼리가 되지 않을까.
세금과 과징금은 깎아줘도 적당한 근거와 명분만 있으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적게 부과했다고 대상자가 소송을 내지도 않고, 다른 누군가가 딱히 손해를 보는 일도 없어서란다. 다만, 국가 세입이 줄어들고 공정이 훼손될 뿐이다.
한 대형법무법인 관계자는 "세무 비리가 잦지만 사회적으로 크게 시끄러워지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고, 과징금도 같다"고 말했다. 김재섭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