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저널] 오리온 새 성장동력으로 바이오 사업 키운다, 허인철 앞에서 끌고 후계자 담서원 배우고

허인철 오리온홀딩스 부회장이 2019년 11월26일 서울 강남구 마켓오 도곡점에서 열린 오리온 제주 용암수 출시 간담회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씨저널] 오리온그룹 오너 3세인 담서원 전무는 2025년 1월 경영지원팀 전무로 승진했다. 

담 전무는 앞으로 회사의 전문경영인인 허인철 오리온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과 함께 회사의 중장기적인 사업전략 수립, 신사업 발굴 등의 업무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리온이 회사의 미래 먹거리로 바이오 사업을 키우고 있는 만큼 담 전무 역시 바이오 사업을 통해 경영능력을 입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담 전무가 2024년 3월 바이오기업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인수 후 바로 사내이사로서 이사회에 진입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담 전무는 그해 3월 열린 주주총회를 거쳐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이사회에 합류했다. 담 전무는 아직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의 이사회에는 진입하지 않았다.

담 전무는 매주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대전 본사에서 열리는 임원 회의에도 꼬박꼬박 참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담 전무와 함께 허인철 부회장과 김형석 오리온 신규사업팀장(전무)도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이사회에 진입했다. 허 부회장과 김 전무는 오리온의 바이오 사업을 실질적으로 진두지휘해 온 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앞으로도 담 전무는 허 부회장을 도우며 바이오 신사업의 연착륙을 이끌면서 경영 노하우를 전수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허인철 부회장은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 등 오너들이 경영 최일선에서 물러나고 후계자들이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오너 일가의 경영공백을 매우며 신사업 확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전문경영인이다. 

특히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의 사내이사를 겸직하며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허 부회장은 1960년생으로 마산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삼성물산에서 일하다 1997년 신세계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세계 경영지원실 재경담당 상무, 경영지원실 관리담당 상무, 경영지원실 부사장, 그룹 경영전략실 사장,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2014년 오리온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2017년 오리온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과 오리온 경영총괄 부회장이 됐다.

조직 재정비 능력이 뛰어나고 재무와 인수합병에 능한 경영인으로 평가된다. 

◆ 오리온의 바이오 사업

오리온은 미래 신사업으로 ‘바이오’를 선정하고 중점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바이오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핵심 계열사는 오리온바이오로직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바스칸바이오제약 등 세 곳이 있다. 

오리온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12월 설립됐다. 오리온홀딩스와 치과질환 치료제 벤처기업 하이센스바이오가 6대 4의 비율로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합작회사다. 치과 질환 치료제 외에도 백신, 구강 건강 제품, 기능성 식품 원료 등을 개발하고 있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는 표적 항암치료제인 항체약물결합체(ADC, Antibody-Drug Conjugates) 분야에 주력하는 신약개발 기업이다. 앞선 기술로 암 치료 분야에서 혁신적인 발전을 이끌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LG화학 기술연구원 연구소장과 LG생명과학 신약연구소장을 지낸 김용주 대표이사가 2006년 설립했다. 

바스칸바이오제약은 2015년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가 인수한 한불제약에서 이름을 바꾼 회사다. 수술 과정 또는 수술 전후에 사용되는 전문의약품과 통증 관련 의약품을 전문적으로 개발한다. 

이밖에도 오리온은 2020년 중국 국영 제약기업인 산둥루캉의약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중국에서 백신과 진단키트 중심의 바이오 사업을 펼쳐 왔다. 
 
◆ 오리온이 ‘바이오’ 선택한 이유는?

오리온은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로 제과와 식품 사업의 성장세가 정체됨에 따라 새로운 미래 사업을 탐색해 왔다. 그 결과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바이오 산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했다. 

특히 오리온은 바이오 산업이 미래 성장성이 큰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데 매력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오리온이 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를 택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다소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연구개발(R&D) 비용과 시간 소모가 많은 제약·바이오 사업의 특성 때문에 ‘이종결합’이 힘들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특히 오리온은 대표적인 소비재 산업인 제과 사업을 주력으로 영위한다. 

해외에서도 제약·바이오 기업 간 인수합병(M&A)은 이른바 ‘빅파마’라 불리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허인철 부회장은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인수 직후 진행한 언론 인터뷰에서 “미래 5년 후 10년 후를 내다보고 부가가치가 높은 바이오 사업을 선택했다”면서 “시간이 지난다면 오리온의 가치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중장기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야 하지만 그만큼 높은 이익을 낼 수 있는 바이오 산업에 도전해 회사 위기관리 경험과 능력을 키우고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