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지배력 확보해야 하는데, 지분 승계자금 마련 기댈 곳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률을 높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그룹 핵심 계열사의 지분율이 낮아 안정적 지배력 확보가 필요하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현대모비스 지분율이 0.33%에 불과하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계열사가 서로 지분을 연결해 가지고 있는 순환출자 구조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지분 22.36%를, 현대차가 기아 지분 34.53%를, 기아가 다시 현대모비스 지분 17.66% 들고 있다.

정 회장이 앞으로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아버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의 지분을 상속받거나 주식을 직접 사들여야하는데 그 과정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자금 마련의 방법으로는 계열사 지분을 활용하는 방법이 거론되지만 이를 통해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가 주주의 이익과 무관하게 오너 승계자금 마련 목적으로만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것을 막는 강도 높은 개정 상법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 ‘상속자금 마련’ 숙제, 보스턴다이내믹스 IPO 승부수

정의선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해 현대차와 기아에 지배력을 강화해야하는 과제가 있는 만큼 아버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지분 상속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핵심 계열사 지분가치가 4조 원이 넘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상속세율 60%를 적용하면 2조6천억 원 가량을 세금으로 내야하는 셈이다.

정 명예회장의 보유 지분은 현대모비스 7.29%, 현대차 5.57%, 현대제철 11.81%, 현대엔지니어링 4.68% 등이다.

정의선 회장이 아버지 지분을 확보한 뒤에도 현대모비스 지분을 추가 확보하는 과정에서 6조 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분을 승계하거나 매입하는 과정에서 모두 수조 원대의 자금이 필요한 만큼 정 회장의 계열사 보유 지분 활용방법에 대해서도 업계의 시선이 끌린다.

특히 정 회장이 보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21.9%가 주목받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가 2021년 1조 원에 가까운 돈을 들여 인수한 회사로, 미국 메사추세츠 공대(MIT)의 연구소에서 독립한 로봇 회사다.

정 회장은 인수 당시 개인재산 2400억 원을 들여 직접 지분을 확보하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미국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기업공개(IPO) 된다면  최대 14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 회장이 보유한 지분 가치가 높아지는 셈이다.

정 회장은 이 기업을 인수할 당시 올해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소프트뱅크가 들고 있는 잔여지분 20%를 인수하겠다는 ‘풋옵션’ 조건을 내걸었지만 아직까지 IPO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 회장은 8월 보스턴다이내믹스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밝혔는데 이를 두고 IPO를 앞두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아직까지 영업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IPO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1분기 순손실 1197억 원을 냈다. 지난해 순손실 4405억 원에 이어 분기마다 1천 억 원 수준의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 과거 ‘지배구조 개편’ 실패, 상법 개정으로 허들은 더 높아져

최근 ‘이사가 회사를 위해 그 직무에 충실할 것’을 요구하는 개정 상법이 마련되면서 ‘일반 주주들의 이익 보호’ 의무가 명문화됐다.  

단순히 회사에 이익이 되는지를 넘어 소수 주주를 포함한 주주 전체에게 불이익이 없는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경영판단을 해야 하는 것이다. 

법무법인 율촌은 이번 법 개정을 두고 “회사가 분할, 계열사 합병, 영업양수·도 추진 시 일반주주도 그 이익을 향유하는지 여부를 주장할 수 있어졌다”며 “대주주나 그 특수관계인이 관계되는 거래·행위에 있어서는 소수 주주도 불이익이 없거나 이를 정당화하는 회사 이익이 있다는 점을 소명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은 과거에 정의선 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를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다 실패한 적 있어 지배구조 개편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정 회장이 지분 20%를 들고 있는 현대글로비스는 2018년 현대모비스와 합병을 시도했지만 합병비율이 문제가 돼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주주들은 현대모비스의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낮게 평가돼 지분가치도 낮아진다며 ‘대주주에게만 유리한 합병’이라고 지적했다.

정 회장이 11.72%의 지분을 가진 현대엔지니어링도 2021년 IPO에 실패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미국의 긴축정책과 HDC현대산업개발의 건설사고 등으로 주가 내림세를 겪으며 공모가를 당초 금액인 1조2천억 원보다 낮춰야 할 상황이 되자 상장 추진 철회를 발표했다. 

이 두 회사와 현대모비스를 제외하고 정 회장이 지분을 들고 있는 관계사는 현대자동차 2.73%, 기아 1.78%, 현대위아 1.95%, 현대오토에버 7.33%, 이노션 2%, 서림개발 100% 등이다. 안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