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4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의 외국인투자자 수급을 가른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발빠른 공시로 외국인투자자의 러브콜을 받으며 주가도 상승했다. 반면 아직 구체적 밸류업 계획을 발표하지 않은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외국인투자자의 순매도가 나오며 주가도 소폭 빠졌다.
▲ 밸류업 계획 공시에 따라 4대 금융의 주가 흐름이 엇갈렸다. |
4대 금융의 밸류업 경쟁이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떠오른 내부통제 이슈가 향후 주가 흐름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외국인투자자 비중은 13일 기준 44.53%로 밸류업 계획을 발표한 7월25일(42.92%)보다 1.61%포인트 가량 높아졌다.
우리금융 하루 뒤 밸류업 계획을 발표한 신한금융의 외국인투자자 비중도 13일 기준 61.05%로 밸류업 계획 공시일인 7월26일(60.49%)보다 0.56%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다만 밸류업 계획을 아직 내놓지 않은 KB·하나금융에서는 같은 기간 외국인투자자가 떠났다.
외국인투자자는 7월25일부터 9월13일까지 우리금융과 신한금융 주식을 각각 1763억 원, 2089억 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KB금융과 하나금융 주식은 각각 930억 원과 2062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이 기간 신한금융과 우리금융 주가는 각각 2.56%와 6.12% 올랐지만 KB금융과 하나금융 주가는 각각 2.61%와 0.32% 내렸다.
주주환원에 민감한 투자자 비중이 높은 국내 금융주 특성상 외국인투자자 움직임이 주가를 판가름한다는 점이 다시 드러난 셈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신한지주가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뒤 외국인 투자자는 신한 주식을 순매수했고 KB와 하나는 순매도했다”며 “외국인 매수세 전환은 밸류업 공시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4대 금융은 이에 따라 각기 내놓은 밸류업 계획의 실천과 내실있는 계획 제시에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내부통제가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금융권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는 점은 향후 4대 금융 주가 흐름에 주요 변수로 여겨진다.
밸류업 목적이 단순히 주가 부양을 넘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있는 만큼내부통제 실패는 기업가치에 큰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12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금융사에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하며 주주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점도 제시했다. <금융위원회> |
국회는 금융권이 올해 우리은행의 전임 회장 부당대출과 NH농협은행 횡령 등 여러 금융사고로 몸살을 앓아 금융사의 내부통제 문제를 주시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특히 최근 주가 상승에 밸류업 계획뿐 아니라 동양·ABL생명 인수에 따른 외형 확장 기대감도 뒤섞여 있는 만큼 이번 국정감사에 더욱 신경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보험사 인수에는 금융당국 최종 결정이 중요한 만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국민 이목이 집중되는 국정감사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을 비롯한 다른 주요 금융지주도 언제 터질지 모를 내부통제와 관련해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도 2일 창립 23주년 토크콘서트에서 ‘임직원 스스로가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식을 함양해야 한다’며 내부통제를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내부통제를 주주환원과 연결지어 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4대 금융은 더욱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주주를 중시하는 경영에는 내부통제 관련 조치들도 포함될 수 있다”며 “금융사는 최근 잇단 사건을 계기로 환골탈태한다는 심정으로 내부통제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