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추진하는 송전선로 신규건설이 지자체의 반발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자체의 요구대로 송전선로를 지중화하려면 비용이 10배가량 늘어난다. 한전의 실적성장 속도가 한풀 꺾인 상황에서 부담이 크다.
|
|
|
▲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
4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수도권과 새로 준공한 발전소 등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송전선로의 신규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자체와 충돌로 사업이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전자파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면서 주민들이 송전선로의 지중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전선을 땅 속에 묻게 되면 유해 전자파의 피해가 대폭 줄어든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2년 송전선로에서 나오는 극저주파 전자파를 ‘발암 가능성 물질’로 구분했다. 특히 2012년 ‘밀양 송전탑 사태‘가 불거지면서 송전선로 건설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
경기도 양주시는 ‘345KV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놓고 한전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 사업은 수도권 북부지역 송전선로의 전력계통을 보강하기 위해 2019년 4월까지 고압송전탑 64기를 양주시에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성호 양주시장은 10월28일 문봉수 한전 경인건설차장을 만나 “지역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해 송전선로를 지중화하거나 노선을 변경해달라”고 촉구하면서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충남 당진시 역시 한전과 소송을 벌이고 있다. 당진시가 지난해 8월 지중화를 요구하며 한전의 송전선로 건설을 반려 처분하자 한전은 취소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2심 재판부는 한전의 손을 들어줬는데 당진시는 이에 반발해 1일 대법원 상고를 위한 상고승인을 요청했다.
송전선로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이제 막 준공을 마친 석탄화력 발전소 당진화력 9·10호기, 서부발전 태안화력 9·10호기 등도 송전제약으로 정상가동이 어려워졌다. 업계에 따르면 송전제약에 따른 발전사들의 손실과 한전이 추가로 들여야 할 전력구입비는 연간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한전은 실적성장이 둔화되고 있어 자자체의 요구대로 지중화 비용을 부담해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송전선로의 지중화는 철탑을 이용한 가공선로에 비해 공사에 7~14배, 유지 및 보수에 26배가량의 비용이 더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원개발촉진법에 따라 지중화 작업은 한전과 지자체가 50%씩 비용을 부담한다. 그러나 지자체마다 지중화율이 큰 차이를 보여 이 부담비율이 부당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
|
▲ 송전선로 지중화를 촉구하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7일 동안 단식농성을 벌인 김홍남 당진시장이 7월26일 오후 실신해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뉴시스> |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송전 지중화율 현황’에 따르면 서울은 지중화율이 89.4%인 데 반해 경북을 비롯한 9개 시·도는 전국 평균인 11.3%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중화율이 수도권에 쏠려있는 데다가 대부분의 고압 송전탑은 수도권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설치되는만큼 지자체 부담비율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훈 무소속 의원은 한전 국정감사에서 “송전선로의 지중화에 따른 비용부담은 오염자부담원칙에 따라 한전이 부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전은 3분기에 영업이익 4조4242억 원을 거뒀지만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누진제 개편과 석탄가격 급등, 지진에 따른 원전 정지 등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늘어나면서 한전의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