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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이 홈플러스를 떠난다. 앞으로 홈플러스는 도성환 사장 중심체제로 움직이게 된다.
이승한 회장이 건강과 가족을 돌보고 싶다는 이유로 사퇴의사를 표명했고 테스코 본사에서도 이를 수락했다고 8일 홈플러스는 밝혔다.
◆ 영국 본사 회장 사임이 이승한 퇴진에 영향 끼쳐
이 회장은 이날 짧은 글을 통해 직원들에게 “그동안 쉼 없이 살아오면서 미처 돌보지 못했던 건강을 회복하고 가족과 시간을 조금 더 갖고 싶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홈플러스 회장, 사회공헌재단 홈플러스 e파란재단 이사장, 테스코 홈플러스 아카데미연수원 회장 겸 석좌교수, 테스코그룹의 경영자문역 등에서 모두 물러난다.
이 회장의 이번 퇴진은 최근 필립 클라크 영국테스코 회장이 실적부진으로 오는 10월 사퇴하기로 한 결정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의 한 관계자는 “두 사람은 일뿐 아니라 사적으로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필립 회장이 물러날 때부터 이 회장의 사퇴는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말했다.
도성환 사장은 사내게시판에 “앞으로 이 회장은 지난 45년 동안 경영일선에서 쌓아온 동서양을 넘나드는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글로벌 경영이론 연구와 교육에 전념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5월 홈플러스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홈플러스 경영에 대해 상당한 영향력을 끼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적인 사례로 도성환 사장 취임 1주년을 맞아 지난 5월 열린 기념식에서 도 사장은 3분 남짓한 인사말을 한 반면 이 회장은 40여분 동안 강연을 했다. 그러다 보니 홈플러스 안팎에서는 도성환 사장을 가르켜 ‘그림자 CEO’라는 말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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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 |
대형마트에 대한 정부규제가 강화하면서 신사업을 발굴해야 하고 최근 야심차게 뛰어든 편의점사업도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이기고 안착시켜야 한다.
또 내부직원 경품행사 사기의혹 등으로 실추된 홈플러스의 이미지도 만회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도성환 사장이 이승한 회장 못지않게 유통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만큼 이승한이 없는 홈플러스의 새로운 성장을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하기도 한다.
◆ 홈플러스 매출 12조, 2위로 끌어올린 이승한
이승한 회장은 전문경영인이지만 홈플러스라는 브랜드를 완성해 오너 이상으로 군림해 왔다. 영국 테스코 본사가 홈플러스라는 이름으로 말레이시아에 진출하도록 승인한 것도 이 회장이 만든 홈플러스에 대한 본사의 신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장은 1970년 삼성그룹 공채 11기로 입사해 삼성그룹 비서실 마케팅팀장, 삼성물산 개발사업본부장을 역임했다. 1997년 삼성물산 유통부문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후 1999년 삼성물산과 영국 유통그룹 테스코가 합작한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 회장은 2013년 5월까지 14년 동안 홈플러스 수장으로 회사를 이끌어왔다. 업계 12위였던 홈플러스를 2위 자리에 올려놨다. 경쟁회사보다 먼저 테스코 PB(자체개발상품)과 ‘1+1 마케팅’을 추진해 매출은 12조 원을 넘어섰다.
이 회장은 홈플러스가 ‘착한 기업’임을 강조하며 고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 했다. 이런 그의 전략은 "국내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이끌었다"는 호평를 받았다.
이 회장은 2013년 신년사에서 “100명의 백혈병 소아암 어린이와 1천 명의 위탁가정 어린이를 지원하는 '어린 생명 살리기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 회장의 이런 성과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인건비를 아낀 결과라는 비난도 받았다. 이 회장은 재임시절 ‘0.5시간 계약제’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무수당을 분 단위로 지급하고 초과 근무수당은 실질적으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이 동반성장과 상생을 외쳤지만 정작 직원들에게 부당한 계약관계를 수십년 동안 유지해왔다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이 회장이 물러난 8일 본사 앞에서 “10년을 일해도 월급이 100만 원 남짓인 현실을 바꾸기 위해 임금교섭을 요구했으나 회사 측은 직원의 희생만을 요구하는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다”고 주장하며 파업을 경고했다.
이 회장은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뒤에도 개인행사에 회사 홍보팀을 동원했다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