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제지가 지주사체제로 전환한다. 한솔제지는 제지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순수한 제지회사로 태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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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동길 한솔 그룹 회장 |
한솔제지는 그동안 한솔그룹의 장자역할을 하며 계열사 챙기기에 힘겨워 했다. 당장 증권업계에서는 한솔제지의 지주사 전환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솔제지는 지난 7일 이사회를 열어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 한솔제지를 지주사인 한솔홀딩스(가칭)와 사업회사인 한솔제지(가칭)로 나누는 인적 분할을 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지주사와 사업회사는 62% 대 38%의 비율로 분할된다.
한솔제지의 지주사 전환작업은 지주사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2015년 안에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상법상 2015년까지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
◆ 한솔제지, 제지사업에 주력한다.
한솔제지의 분할이 이뤄지면 지수사인 한솔홀딩스는 자회사의 사업, 브랜드 상표권 관리, 투자사업을 전담하게 된다.
한솔제지는 인쇄용지와 산업용지 등 기존 지류 제조사업에 집중하게 된다. 또 지류사업 관련 해외법인인 한솔America 와 한솔 Denmark도 한솔제지에 흡수된다.
이번 지주사 전환으로 한솔제지는 재평가받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그동안 한솔제지는 한솔그룹의 계열사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이러다 보니 한솔제지가 벌어들인 돈이 부실 계열사로 흘러들어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계열사의 부채도 책임졌다. 그 결과 한솔제지는 꾸준히 영업이익을 냈지만 재무구조는 오히려 악화됐다.
한솔제지는 빚이 2010년 9427억 원에서 2014년 3월 2조1171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한솔제지는 올해 상반기에도 한솔개발에 800억 원, 아트원제지에 289억 원을 각각 지원했다.
김미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8일 “한솔제지는 그동안 지주회사 역할을 하며 자회사 손실을 떠안아 연간 지분법 손실이 최대 700억 원에 이른다”며 “이는 순이익 감소와 주가의 저평가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지주회사 전환 후 제지사업을 영위하는 사업부문인 한솔제지는 연간 1조4천억 원 안팎의 매출, 900억~1천억 원의 영업이익, 600억~700억 원 정도의 순이익을 안정적으로 내는 순수 제지회사로 거듭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 한솔그룹의 지주사 전환은 미완성
한솔제지가 지주사로 전환되면 한솔그룹은 한솔홀딩스→한솔EM →한솔로지스틱스→한솔홀딩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가 된다.
순환출자 구조의 정점에 있는 한솔로지스틱스가 보유하고 있는 한솔홀딩스 지분에 대한 정리가 주된 과제로 남게 된다.
그러나 한솔로지스틱스가 보류한 한솔홀딩스 지분에 대한 처리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월 한솔그룹 차원에서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 한솔제지와 한솔로지스틱스의 투자부문을 합병해 한솔홀딩스(가칭)를 설립하려고 했다. 그러나 한솔로지스틱스 주주의 반대로 무산됐다.
또 한솔제지의 지배구조 정비도 과제로 남는다. 현재 지주사 규정을 보면 지주사의 자회사가 손자회사를 제외한 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한솔제지 지주사 전환이 이뤄지면 한솔라이팅은 지주사인 한솔홀딩스의 자회사가 된다. 하지만 역시 자회사인 한솔테크닉스, 한솔로지스틱스 등도 한솔라이팅 지분을 각각 소유하고 있어 문제가 된다.
따라서 한솔그룹은 이들 자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한솔라이팅 지분을 하나의 계열사로 몰아줘야 한다. 현재 한솔라이팅 지분을 한솔테크닉스가 23.42%, 한솔로지스틱스가 29.36% 보유하고 있다.
한솔그룹 관계자는 “한솔제지 지주사 전환 이후에 지배구조 정비작업 계획은 확정된 것이 없다”며 “지주사 행위제한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2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지는 만큼 그 기간 동안 적합한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한솔그룹은 한솔로지스틱스→한솔제지→한솔테크닉스→한솔라이팅→한솔EME→ 한솔로지스틱스 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로 돼있다.
한솔로지스틱스는 한솔제지 지분 8.07%를 보유하고 있고 한솔제지는 한솔테크닉스 지분 14.8%를 소유하고 있다. 한솔EME는 한솔로지스틱스의 지분 13.87%를 지니고 있다.
한솔그룹은 1992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분리됐다.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장녀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이 최대주주다. 현재 한솔그룹은 이 고문의 아들인 조동길 회장이 이끌고 있다.